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단장 이창준)은 식사량에 관계 없이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신약 ‘KDS2010’을 개발하고 동물 실험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공복감과 체내 에너지 균형은 뇌의 ‘측시상하부’가 조절한다. 측시상하부 신경세포들이 지방 조직으로 연결돼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지방 대사 조절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많은 비만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상하부 신경 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들은 부작용이 크거나 효과가 미미했다.
연구단은 측시상하부에서 억제성 신경물질인 ‘가바(GABA)’ 수용체를 발현하는 신경세포 군집 ‘가브라(GABRA)5’를 발견했다. 비만 쥐를 대상으로 가브라5 신경세포 활성을 억제하니 지방 조직의 열 발생(에너지 소진)이 줄어들면서 지방이 축적되고 체중이 증가했다. 반대로 가브라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체중이 감소했다. 가브라5 신경세포가 ‘체중 조절 스위치’라는 뜻이다.
연구단은 이어 측시상하부에 있는 별 모양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가브라5 활성을 조절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별세포 수가 많아지면 마오비(MAO-B) 효소가 나와 지속성 가바가 많이 생성돼 가브라5 가 억제됐다. 반대로 마오비 효소를 억제하면 가브라5 가 활성화되고, 지방 조직 열 발생이 증가하면서 많이 먹어도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단이 개발한 KDS2010은 마오비 효소를 억제하는 약이다.
연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연구는 비만의 원인을 지방세포를 포함한 주변 조직에서 찾았으나, 이번 연구는 비만의 원인이 뇌에 있음을 명쾌하게 밝힌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KDS2010에 대해 내년부터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KAIS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실렸다.
연구단은 전기생리학, 조직화학 등 여러 기법을 동원해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할 만큼 현대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KDS2010으로 식욕 억제 없이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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