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오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8일째를 맞은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한 회전초밥 전문점 직원은 "손님들이 많이 찾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분위기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괜찮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점심시간을 맞아 빈자리 없이 손님들이 전부 들어서 있었다. 직원에게 "사용하는 수산물에 대한 걱정을 표하시는 분들은 없나"라고 묻자, "원산지에 대해서도 딱히 궁금해하시는 분 없이 그냥 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진행한 가운데, 앞서 제기된 '수산물 소비 둔화' 우려와 달리 일부 초밥 전문점 등에서는 손님들이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는 한때 치열한 '오픈런'이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잠실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오픈런' 없이는 먹기 어렵다는 유명 회전초밥 전문점은 정오께 기준 26팀가량이 대기 중이었다. 매장은 이미 만석인 탓에 웨이팅을 걸어두고 가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 직원은 "시간제로 먹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기다리면 한 시간 이상 대기할 수 있다"며 "빠른 착석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오랜 시간 대기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들은 일부 손님들은 포장 주문을 해갔다. 직원들은 분주히 초밥을 만들어 회전대에 올리기 바빴고, 올려둔 초밥들은 대부분이 빠르게 동이 났다.
시민 이모 씨(43)는 "지금까지 크게 와닿는 게 없어서 먹으러 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먹는데 크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시민 김모 씨(30)도 "진짜 초밥을 먹고 싶어서 왔다"며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조금 되지만, 지금까지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인근의 한 오마카세 전문점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곳은 오전 11시께 문을 열자마자 예약 손님을 포함해 자리가 꽉 들어선 탓에 12시 30분 기준 손님 12명가량이 대기 중이었다. 매장 앞에는 '저희 브랜드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를 본 손님들 사이에서는 "괜찮겠지 뭐"라거나, "원산지가 적혀있어서 안심한다" 등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시민 박모 씨(33)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곳은 가기 꺼려지는데, 이곳은 일본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왔다"며 "아직은 먹는 거 자체를 중단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괜찮은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시민 최모 씨(50)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아서 오늘만 먹고 앞으로 안 먹을 예정"이라며 "어제 전어 축제도 호황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람들도 위험성이 더 퍼지기 전까진 수산물을 먹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한 회전초밥 전문점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는 일본 현지의 회전초밥'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운영 중이었다. 이곳 역시 점심시간의 끝을 달려가는 1시 이후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방문한 유명 '맛집'들에 비해 비교적 대기인원이 적었던 한 초밥 정식집도 2~3팀가량 대기 중이던 탓에 20~30분 정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오염수 방류 이후 매장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횟집 사장은 "막막하다"며 "'방사능 측정기' 구매해 공부 중이다"라고 했다. 한 횟집 사장은 '일본 원전수 X도 아닙니다'라는 전광판을 매장 앞에 내걸며 적극적으로 원산지 정보를 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난주 방류가 개시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선 '해로울 것'이라는 응답이 74%를 기록해 '해롭지 않을 것'(21%)는 응답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잠실 인근에서 만난 시민 이모 씨(36)는 "'지금 당장 해산물을 피하자', '안 먹어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한다"면서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장차 아이가 컸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어떡하나'하는 우려는 있다"고 털어놨다. 시민 김모 씨(50)도 "어제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산물을 잔뜩 사서 냉동실에 소분해 넣어둔 상황"이라며 "올해는 잠잠해도 내년부터는 또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염수 관련 용어는) 이제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며 "오염 처리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쓰는 공식 용어"라고 밝혔다. 수산업계에서는 '오염'을 제외하고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로 정화돼서 나가는 물을 자꾸 오염수, 오염수 하니까 여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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