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운석이 떨어졌다. 확대해보니 0.1㎚(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까만 점이 두 개 있다. 멈춰 있는 한 점과 달리 다른 하나는 깜빡이고 있다. 이 깜빡이는 점은 운석을 타고 온 외계생명체는 아닐까. 이들이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뭘까.
지난 30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엔 이처럼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콘셉트로 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건물 외벽 전체가 미디어아트의 파사드가 되는가 하면, 나이트클럽의 무대였던 곳은 미디어아트와 사운드아트가 결합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 작품들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대표적 문화·예술 지원사업인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의 일부다. 2019년 시작된 이 축제는 그동안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작품들로 눈길을 끌어왔다.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를 잡아 펼쳐지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9명의 작가가 ‘파라다이스시티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주제로 몽환적 작품을 선보인다.
“외계에서 온 손님도 되고, 아트랩을 찾은 손님도 됩니다.”
사물을 접거나 펼치는 방식의 독특한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전병삼 작가는 오리지널 아날로그 작품에 프로젝션을 입혔다. 사진을 접어 형상의 일부분만 보이게 해 나머지 안 보이는 부분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대표 작품은 시시각각 색이 변하며 외계생명체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관객 참여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참새’라는 활동명을 쓰는 박근호 작가는 거대한 실내 광장에 높은 탑을 제작했다. 이 작품엔 수많은 크리스털이 달렸다. 관람객이 직접 운석을 갖다 놓으면 미세한 파동이 인다. 운석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운석 감정’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인해 보는 시간마다 미세하게 다른 이미지를 준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도 느낌이 다르다.
부부 작가 ‘룸톤’의 ‘에코스피어’는 가상현실(VR) 장비를 통해 관객과 상호 소통한다. VR 장비를 쓰는 순간 다른 세계가 보인다. 우주에서 들릴 법한 사운드가 몰입도를 높인다. 윤제호 작가의 ‘우주로 보내는 파동’에서 작가는 영종도에 떨어진 운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자가 된다.
파라다이스시티의 나이트클럽이었던 ‘크로마’는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아트월로 재탄생했다. 파도 모양의 거대한 외벽엔 조영각 작가가 ‘푸른 벌’이란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인공지능(AI) 기술만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시와 자연이 공생하는 방법에 관한 얘기를 모큐멘터리(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보이게 제작한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풀어낸다. 운석이 충돌해 폐허가 된 도시와 건물들이 자연의 수풀로 돌아가는 모습이 다양한 취재 형식으로 나타난다.
“운석이 씨앗 창고일 수 있잖아요.” 미디어아트 작가 얄루와 사운드 작가 원우리의 ‘꽂감관의 뜰’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한때 여러 사람이 춤을 추던 무대를 씨앗으로 가득 메워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한다. 얄루 작가는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을 딴 나이트클럽 이름에 착안해 운석의 인천 상륙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운석의 신경계를 보여주는 듯한 양민하 작가의 ‘라군’은 빛의 향연을 선보인다.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고 주변에 탄생한 생태계를 관찰하게 된 인간의 관찰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은 KIAF와 프리즈가 폐막하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인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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