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애호가들은 서울 한남동을 ‘아트 밸리’라 부른다. ‘한남동 터줏대감’ 리움미술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유명 갤러리들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턴 강남과 강북에서 강력한 내공을 가진 갤러리들도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미술의 중심지’가 된 한남동에서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기간 한국과 해외의 유명 작품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한남동을 찾는다면 리움미술관은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되는 곳이다. 2004년부터 이곳 한남동을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사립미술관 리움은 이번 KIAF-프리즈 기간 2인의 한국인 대가를 국내외 컬렉터와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먼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개념미술 작가 김범이 13년 만에 연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이다. 극도로 언론 노출을 꺼리는 신비주의 작가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개인전을 열어 화제다. 199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16년까지 총 70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9월 7일엔 강서경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가 리움 M2관에서 개막한다. 김범과 마찬가지로 강서경의 전시 또한 그의 인생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가 이번 전시를 후원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와 현대카드는 KIAF-프리즈 기간 두 손을 맞잡았다.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 그리고 앤디 워홀을 한자리에 모았다. 9월 5일부터 7일까지 2인전 ‘헤즈 온 : 바스키아 앤 워홀’을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선보인다. 10점의 작품만이 서울을 찾지만 그 가격이 무려 200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대작들이다. 2021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472억원에 낙찰된 바스키아의 1982년 작품 ‘전사(Warrior)’와 워홀의 상징적 작품 ‘자화상’ 등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내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동시에 전시되는 건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전시는 9월 1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된다.
한남동에 터를 잡은 글로벌 대형 갤러리들은 그 명성답게 ‘빅 네임’을 내걸었다. 페이스갤러리는 아시아 생존작가 최고가 기록을 갖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를 초대한다. 커다란 눈에 단발머리 소녀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는 5일부터 세라믹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갤러리는 1985년생 로버트 나바 전시도 연다. 기존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잘 만나볼 수 없었던 작가라 컬렉터들에게 더 흥미로울 전시다.
2년 전 한국에 온 타데우스로팍 서울도 9월 4일부터 도널드 저드와 요셉 보이스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인다. 새롭게 확장한 1층에서는 요셉 보이스의 개인전 ‘순간의 축적: 드로잉 1950s-1980s’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드로잉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2층에서는 도널드 저드의 30년을 조망한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저드가 1991년 한국에서 개념화한 목판화 세트 20점이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난해 3월 한남동으로 이전한 리만머핀도 9월 5일부터 미국 회화 거장 데이비드 살레의 작품을 들고 관람객들을 찾아온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의 ‘트리 오브 라이프’ 연작이다. 한 컷 만화에 나올 법한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는 시리즈다. 대공황 당시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미국 만화가 피터 아노의 만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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