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6개월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하반기 초반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가계 소비 여력이 줄어든 데다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위기를 맞은 여파다. 이런 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지면 정부가 이미 한 차례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4%)도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출하가 줄면서 제조업 재고는 1.6% 증가했다. 재고율(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123.9%로 전월 대비 11.6%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전월 대비 1.6%포인트 떨어진 70.2%로 집계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대하던 것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율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가 부진했다. 7월 반도체 생산은 2.3% 줄어 2월(-15.5%)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기업이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섰지만 출하가 31.2% 줄어들면서 전월 감소한 재고가 4% 늘었다.
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5.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1%), 의복 등 준내구재(-3.6%)가 모두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기업 실적 악화 여파로 자동차 등 운송장비(-22.4%),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3.6%)가 모두 줄었다.
둔화한 중국 경제가 하반기 한국의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발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여력이 악화하면서 내수 부진도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이 7월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8% 줄었다. 2009년 3분기(-1.3%)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고물가 영향까지 겹치면서 실질소득은 같은 분기보다 3.9% 감소해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까지 감소세였던 가계대출이 2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상 악화와 6월 말의 차량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등 일시적인 요인이 7월 산업활동 동향 악화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보다 0.4포인트 오른 99.3으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외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하반기 성장모멘텀을 보강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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