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기아 브랜드 체험 공간 '기아 360'에는 특별한 차량 두 대가 전시돼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기아 역사 속 큰 의미를 지닌 헤리티지 차량 'T-600'과 '브리사'인데요.
세 개의 바퀴가 달려 있어 일명 '삼발이'로 불리는 T-600은 기아를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모델입니다. 브리사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운전했던 택시로 유명해졌죠.
두 차량을 직접 보기 위해 지난달 30일 '기아 360'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관람객들 발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입구 밖에서도 보이는 기아의 주력 모델 때문인데요. 기아의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화려한 영상이 나오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최근 상품성 개선 모델(부분변경)로 돌아온 모닝, 레이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EV9을 비롯한 일반 전시 차량은 모두 탑승해 볼 수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합니다.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는 도슨트 투어에선 기아 헤리티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데요.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담은 영상 콘텐츠는 가족애가 느껴져 볼수록 빠져들었습니다.
T-600과 브리사 사이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는 오랜 시간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두 차량이 거리를 누비던 1960~1970년대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리사와 T-600은 직접 타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현재 운행되는 차량을 찾기 어렵고 차량 복원에 큰 노력을 기울인 탓으로 보입니다.
전시된 차량은 연구소에 보관돼 있던 차량을 과거 사진과 출시 당시 카탈로그 등을 참고해 복원 작업을 마친 차량입니다. 시동을 걸면 당장이라도 '웅'하는 엔진음과 함께 달려 나갈 듯한 완벽한 모습으로 전시돼 있습니다.
T-600은 국내 자동차 산업사에서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2008년 국가문화재로 등록됐습니다. 1969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쓰다)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생산된 삼륜차로 차체가 작고 가벼워 좁은 골목길이나 산동네를 오고 가는 데 유용했습니다. 당시 주로 연탄과 쌀 배달 등에 활용됐죠.
그 옆으로는 1974년 출시된 브리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브리사는 일본 동양공업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승용차입니다. 출시 2년 만에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기아 360'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는데요. EV 충전 체험을 통해 E-pit의 빠른 속도도 체감해볼 수 있고 가상 호버보드를 통해 기아 EV6의 제로백(3.4초)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T-600, 브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현장에서 출력해 주기도 했는데요. 이날 방문했던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선 헤리티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트렌드입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했고 기아는 이번에 T-600과 브리사를 선보였습니다. 기아 관계자는 "기아의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헤리티지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기아 프라이드, 포텐샤 같은 추억의 차들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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