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끝났는데도 청산하지 않고 운영하는 정비조합에서 조합장(청산인)과 직원이 월급으로 많게는 1300만원을 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산 수익이 청산인 월급으로 꼬박꼬박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1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조합 해산 및 청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25개구의 정비사업 조합은 총 250개다. 이 가운데 청산이 완료된 조합은 55개(22%), 청산되지 않은 조합은 85개(34%)다. 나머지 110개는 해산되지 않았거나 조합과의 연락 두절, 구청 자료 미제출 등으로 청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청산되지 않은 것이 명확한 85개 조합 가운데 청산인이 무보수인 10개 조합을 뺀 75개 조합의 조합장과 직원 월평균 급여는 441만원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선 정비사업이 완료돼 입주가 끝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 조합 사무를 끝내야 한다. 청산인은 대체로 해산한 조합의 조합장이 그대로 승계한다. 조합은 청산 작업을 통해 그간 비용을 결산해 추가 이익을 조합원들과 나눈다. 미청산 조합은 청산인을 선임해놓고도 청산을 끝내지 못하고 조합 사무실과 임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들이다.
법적 분쟁 등으로 청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조합에선 청산인이 고의로 청산 절차를 지연시켜 장기간 임금을 받거나 세금, 채권 추심, 변제 등을 위해 남겨둔 유보금을 횡령해 문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조합은 2020년 10월 입주를 마친 뒤 2021년 4월 해산하고도, 2년 넘게 청산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조합장과 직원 1명에게 매월 1300만원을 급여로 주고 있다. 성북구 B 재개발조합은 조합장 월급이 586만원이고, 바로 옆 C 재개발조합장은 517만원을 받고 있다.
김영호 의원은 "고의로 청산을 지연하며 조합원들과 입주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부 부도덕한 청산 조합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고발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 발의된 '청산 연금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는 조합 해산에 이어 청산까지 국토부나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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