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정년을 64~65세로 연장해야 한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년 65세 연장을 위해 법을 개정해달라며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달 20일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층 계속고용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만, 정년 연장을 법으로 정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퇴직제도는 왜 생겼는지, 이 제도와 관련해 임금체계 개편이 왜 중요한지 이해해봅시다. 정년 연장 법제화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청년층 고용과 충돌합니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정년 연장으로 인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우선 연공급의 뜻을 알아볼까요. 연공급은 영어로 ‘seniority-based pay’, 한자로 ‘年功給’으로 표기합니다. 근로자가 그 기업에서 일한 기간(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임금체계로, ‘호봉제’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미리 호봉표(예를 들어 1호봉 300만 원, 2호봉 315만 원, 3호봉 331만 원…)를 정해두고 매년 호봉이 오를 때마다 호봉표에 따라 인상된 임금을 지급합니다.
라지어 교수는 연공급제에서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근로자의 생산성은 곡선 모양으로 증가합니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는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고(그림의 a부분), 경력이 쌓여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이 생산성보다 낮으며(그림의 b부분), 정년이 가까워지면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아집니다(그림 c부분).
라지어 교수는 특정 시점에서는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지 않지만, 입사 후 정년까지 근무하면 임금과 생산성의 총량이 일치한다(b=a+c)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임금과 생산성의 총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에 근로자가 정년퇴직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년을 인위적으로 연장할 때 발생합니다. 정년 연장으로 임금과 생산성의 새로운 차이(그림 d부분)가 생기면서 기업이 부담을 안게 됩니다. 기업들은 이 문제를 임금피크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새로 정해진 정년에 도달하기 몇 년 전부터 임금을 매년 줄여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의 차이(그림 d부분)를 상쇄하는 것이죠.
연공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어렵게 만듭니다. 근로자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덜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직무급이 많이 거론됩니다. 직무급은 해당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는 방식입니다.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거나 중요한 직무를 수행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입니다.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은 연공급과 직무급은 상호 배타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박희준 교수는 “직무급을 사용하는 서구에서도 근속연수가 긴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라며 “직무급에서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을, 연공급에서 직무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합니다. 박 교수는 그래서 임금결정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호봉표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상승하는 임금체계보다 미국에서처럼 기업의 성과에 따라 임금 총액이 정해지고, 그것을 성과와 근속연수를 고려해 근로자들에게 차등 배분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정년 연장 논의 과정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현행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에 직무급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2. 호봉제의 문제점을 설명해보자.
3. 합리적인 임금 결정 방식을 생각해보자.
65세로 정년이 연장될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기업이 부담할 비용이 약 2조7,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비용을 청년층 고용에 사용하면 약 8만6,000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습니다.
정년 연장을 강행해 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지우면 기업은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투자를 줄이게 됩니다. 이는 소비, 수출 등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한 축인 투자가 감소함으로써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해 60세 정년을 법으로 정했습니다. 정년 연장을 법제화한 것이죠. 다시 말해 기업에 부담을 지워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이 법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미국이 1986년, 영국이 2011년 정년 개념 자체를 삭제한 것과는 대비됩니다. 노동계는 65세로의 정년 연장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 55세이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이 함께 논의하며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1986년 기업이 ‘60세 정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법으로 규정했고, 1998년 60세 정년이 의무화됐습니다. 현재 일본은 정년이 65세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1998년에 일본 기업의 93.3%가 이미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노사정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법으로 의무화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정년을 연장한 것이죠. 우리나라도 노사정이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업마다 사업 특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매우 다릅니다. 고령층의 숙련 기술이 요구되는 기업도 있고, 청년층 및 중년층 중심의 인력 구성이 필수적인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것은 경사노위의 지적처럼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각 기업이 자사의 특성에 맞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결정해야 합니다.
2. 주요 국가의 정년 관련 규정을 정리해보자.
3. 정년 연장과 청년층 고용 충돌의 해법을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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