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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주택 구매 계약금(선수금) 비율을 낮추는 등 다양한 정책을 잇따라 꺼냈다. 그동안 경기 부양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동산 지원책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주택 첫 구매 '서우푸' 20% 일괄 적용
1일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관리관리총국은 주택 구매시 첫 계약금 성격인 '서우푸(首付)'를 낮추기로 했다고 전날 밝혔다. 첫 주택 구매 때는 서우푸를 20%로, 두번째 주택 구매에는 30%로 일괄 설정했다.서우푸는 구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일시불로 먼저 납입해야 하는 제도다. 수도인 베이징 기준 서우푸 비율은 첫 주택 구매일 때 35%, 두 번째 주택 이상은 80%에 달한다.
이는 서우푸 비율을 인하해 부동산 구매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특히 두 번째 주택 이상 비율을 크게 낮춘 것은 자금력이 있는 구매자들이 주택을 구매하도록 촉진하겠다는 얘기다.
위샹룽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부동산 판매를 촉진하고, 구매자들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해 시장의 심리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또한 25일부터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두번째 주택 구매 시 은행의 모기지 금리 하한선은 대출우대금리(LPR)에 0.6%포인트를 더한 값이었다. 이 가산치를 0.2%포인트로 낮췄다. 첫 주택 구매와 같은 헤택을 준 셈이다. 예를 들어 인민은행 LPR이 3.45%이라면 2주택 구매 시 금리 하한선은 4.05%에서 3.65%로 낮아지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6월 기준 중국의 343개 도시 중 100개 도시에서 신규 모기지 한도를 낮추거나 요구 사항을 완화했다. 6월 전국 평균 모기지 금리는 전년 동기 대비 0.51%포인트 낮은 4.11%다.
인민은행은 이번 정책 시행의 배경에 대해 "지난 몇년 동안 부동산 시장 수급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대출자와 은행은 자산 부채의 질서있는 조정과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은행의 예금 금리도 낮췄다. 모기지 금리를 낮추면서 은행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예금 금리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형 국영 은행인 공상은행을 비롯한 11개 대형은행이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0.1%포인트 인하했고, 3년·5년 만기는 0.25%포인트씩 인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21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LPR을 3.45%로 기존 대비 0.1%포인트 인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인민은행은 주담대와 연동되는 5년 만기 LPR 금리는 4.2%로 동결했다.
○무디스, 비구이위안 신용등급 강등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을 위해 부동산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정책은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펼쳐야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던 내용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학자들은 경기 부양책을 강화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를 측정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는 세계 금융 시장뿐 아니라 중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당국의 조처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하향 조정했다. Ca등급은 신용 회복 가능성의 거의 없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임박 상태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31일 밤으로 예정됐던 39억위안(약 7100억원) 상당 사모채권 상환 기한 연장 관련 채권자 투표를 1일 오후 10시(베이징 시간 기준)로 다시 연기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의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에버코어 ISI의 네오 왕 전무는 "(새로 나온 정책이) 인상적이지 않다"며 "은행들은 기존 모기지 중 상당수가 현재 감독 당국이 설정하고 있는 최저 금리를 적용하고 있기에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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