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회사들이 전기차에 대한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 고가 모델의 경우 2000만원 이상 값을 내린 차량도 등장했다.
수입차 회사들이 할인 공세에 나선 건 전기차 소비 심리가 약해지면서다. 특히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 소비자 입장에서도 올해가 최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기로 꼽힌다.
폴스타 2 →3000만원대, 벤츠는 2600만원 할인
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지난 1일부터 '폴스타 2'를 다양한 신차 구매 혜택과 할부 프로그램에 보조금 혜택까지 더해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가격으로 선보였다.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시작 가격은 5490만원으로 국고 보조금 100%(5700만원 이하)를 수령한다. 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국고 보조금은 488만원이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서울 129만원, 충북 488만원, 충남 502만원 등 지역별로 다르다.
충남에서 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모터 스탠다드를 구입할 경우 5490만원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990만원(국고 보조금 488만원·충남 지자체 보조금 502만원)을 받고 4500만원을 결제하게 된다. 여기에 결제 금액 4500만원의 13.2%에 해당하는 캐시백 594만원을 추가로 수령하면 3906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 폴스타는 빠른 출고가 가능한 옵션 등이 미리 구성된 폴스타 2를 10% 할인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으며 삼성카드 이용 시 최대 13.4%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폴스타 2는 출시 첫해 2794대가 판매될 만큼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기준 단일 모델 최다 판매 모델로 출시 첫 해 2000대 이상을 판매한 브랜드는 폴스타가 유일하다. 폴스타 2는 올 들어서도 현재까지 약 3500대가 팔렸다.
폴스타 2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비건 인테리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및 국내 전기차 최초로 탑재된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볼보자동차의 전국 서비스센터 32곳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특히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수입차 3사 역시 전기차 파격 할인에 나섰다.
출고가 1억5410만원인 벤츠 최고급 전기차 EQS 450 4매틱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값을 1541만원(10.0%) 내렸다. EQS SUV는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2600만원(17.0%)까지 할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BMW iX3 M 스포츠는 출고가 8260만원에서 1670만원 내린 6589만원에 팔고 있다.
아우디 이-트론(e-tron) 스포츠백 55 콰트로는 출고가 1억2312만원에서 2216만원 할인한 1억 95만원에 판매 중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보조금도 갈수록 줄어
수입차 회사들이 파격적인 할인에 나선 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서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만8466대다.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지만 지난해 증가율이 75.6%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줄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다.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15.5%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1.2%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50%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된 건 매년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탓에 경기 흐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으로 2조3988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1664억원 줄어든 수치다.
전기차 기본 국고 보조금도 현행 전기차 한대당 500만원에서 100만원 줄인 400만원이 됐다. 전기화물차는 기존 대당 보조금 14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300만원이나 줄였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으로 나뉘는데 지자체 보조금은 내년 초 발표되고 이 또한 줄어들 공산이 크다.
중국과 영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전기차 대당 가격도 동급의 내연기관차 대비 1000만~1500만원가량 비싸다. 보조금을 줄이면 판매량에 직결되는 구조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 업체들이 국산 내연기관차량 수준으로 몸값을 낮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초기 구매 비용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사실이나, 생활반경 내 충전기 유무 등 자신의 주행환경을 고려해 신중하게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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