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2분기에 38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장부 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인수한 덕분이다. UBS는 2026년까지 CS를 완전 통합하고 3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UBS는 2분기에 작년 한 해 영업이익 76억 달러(10조여원)보다 네 배 가량 많은 290억달러(약 38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은행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분기 순이익이다. 2021년 초 JP모간이 기록한 143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다만 이는 UBS가 경쟁 은행 CS를 32억5000만달러(4조3000억여원)에 인수한 덕분에 장부에 반영된 회계상 이익 때문이다. UBS는 지난 3월 잇따른 투자 실패와 고객 자금 이탈로 위기에 처한 CS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고, 거래는 지난 6월 마무리했다. 회계상 이익을 제외하면 UBS는 해당 분기에 11억 달러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다. CS만 떼서 보면 2분기에 101억달러(13조3000억여원)의 세전 손실을 냈다.
한편 UBS는 2026년까지 CS와 완전히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수 년에 걸쳐 30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은행 간 사업 통합을 지속하면서 100억 달러(13조2000억여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표"라며 "비용 절감액 100억 달러 중 절반은 투자은행 구조조정 및 비핵심 자산 매각에서, 나머지는 사업운영 전반에 걸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UBS의 감원 계획 발표를 두고 스위스 연방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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