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1일 15: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리어스파트너스(큐리어스)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수한 네 척의 드릴십(원유시추선)을 모두 매각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리어스는 드릴십 드라코(West Draco)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을 수령하고 계약을 확정지었다. 큐리어스는 지난달 노르웨이 기업과 드릴십 드라코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매각대금은 3000억원 이상이다.
이로써 큐리어스는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수한 4척의 드릴십(크레테·도라도·존다·드라코) 매각을 모두 성사시켰다. 당시 큐리어스가 투입한 금액은 총 1조400억원에 달한다. 드릴십 한 척 당 3000억~4000억원 이상으로 매각하면서 두자리수 내부수익률(IRR)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과 큐리어스간 협업이 구조조정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의 오랜기간 골칫거리였다. 2010년대 초반 고유가와 함께 찾아왔던 글로벌 해양플랜트 개발 붐으로 드릴십 주문도 대거 쏟아졌다. 하지만 2014년 유가가 급락으로 드릴십을 발주했던 시추선사들이 계약 해지에 나섰다. 장기 미매각에 따른 재고 드릴십은 고스란히 국내 조선사에게 떠넘겨져 오랜기간 조선사들의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4월 큐리어스는 구조혁신펀드 등을 활용해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미매각 드릴십 전체를 1조4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매도자인 삼성중공업도 펀드에 5900억원의 후순위로 출자했다. 삼성중공업은 차액인 4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부담을 덜게 됐다. 부채로 잡혀있던 미매각 선박을 외부로 넘기면서 재무제표상 부채비율도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새 선박 수주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출자자로서 매각에 따른 차익도 누리게 됐다. 한국성장금융 등 큐리어스의 주요 출자자들도 수익을 거두게 됐다.
큐리어스는 2016년 부국증권 출신인 박승근 대표가 설립한 기업재무안정전문 운용사다. 조선업 뿐 아니라 의류 건설 등 재무구조개선이 필요한 산업군에 대한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올해부터 실물자산과 부동산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누적 운용자산(AUM)은 2조원을 넘어섰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