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6% 넘게 급등하며 7만원선을 회복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관련주도 폭등했다. 미국 시티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높이고, 엔비디아에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를 공급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다. 반도체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올 들어 상승세를 주도했던 2차전지, 조선, 전력기기 등 다른 업종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5500억원, 1405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6% 급등했지만 코스피지수(이날 종가 2563.71)는 0.29% 오르는데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폭등했는데도 지수가 거의 오르지 못한 것은 투자자들이 다른 종목을 팔고 삼성전자를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지만 2차전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2차전지를 일제히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 1위는 LG에너지솔루션(1191억원)이다. 기관은 POSCO홀딩스(877억원), 에코프로비엠(596억원), 에코프로(504억원)를 많이 팔아치웠다.
삼성전자가 2년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반전한 것은 AI 관련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전날 시티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높이고, 오는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를 공급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HBM은 AI 연산에 활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올 들어 SK하이닉스가 최고점에 근접하며 폭등하는 상황에도 삼성전자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다. 세계 최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HBM을 SK하이닉스에서 독점 공급 받으면서,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진했던 것은 AI 반도체 관련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엔비디아 공급을 계기로 주가도 강세로 돌아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증권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경쟁력을 반영해 내년과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7%, 10% 상향 조정했다. 파운드리, HBM, 첨단 패키징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시티증권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원스톱 서비스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AI 시장 확대 따른 수혜를 장기적으로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