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는' 案은 빠져…"베이비부머 손해 적고, MZ만 부담"

입력 2023-09-01 18:30   수정 2023-09-11 16:22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내고 덜 받자’고 누가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40~50대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세상을 졸업하기 전(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이 끝나기 전에)에 조금이라도 더 보험료를 내면 좋겠습니다.”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국민연금공단 A지사 연금지급부의 30대 직원은 재정계산위가 공개한 연금 개편 시나리오에 소득대체율 인하 방안이 빠진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직원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노후소득이 감소해 미래 세대도 불리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에 따라 소득대체율을 깎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연금개혁 결정권을 쥔 국회에선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내는 돈(보험료)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안’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이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고 올해 기준 63세(2033년 65세)인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연금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기금 투자수익률을 0.5%포인트, 1.0%포인트 올렸을 때의 변수도 담았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했을 때의 시나리오만 내놨다. 즉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만 제시한 것이다.

재정계산위에 참여한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더 내고 덜 받는 안’은 처음부터 논의에서 배제됐다. 2007년 2차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을 기존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고, 현재 그 과정에 있는 만큼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게 이유다.

노인 빈곤 문제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노후에 받는 연금을 깎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작용했다. 지난 1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소득대체율 인하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30%)을 논의했지만 다른 개편안과 함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소득대체율 인하는 기초연금 등 다른 노후소득보장안 강화와 함께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것은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것과 연계되는데 이는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 개편안에서 빠지면서 결국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청년층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계산위의 이번 시나리오대로 연금개혁에 성공해도 낸 돈에 비해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있는 연금 수급 세대와 연금 수급을 앞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1972년생)는 별다른 ‘희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50세인 1973년생은 앞으로 60세가 되기까지 10년 동안만 보험료를 납부한 뒤 65세가 되는 2038년부터 연금을 받는다.

정부가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0.6%포인트씩 10년간 올린다고 가정하면 2035년이 돼야 보험료율이 15%로 올라간다. 미래 세대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작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재정계산위 보고서엔 경제 상황과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자동조절장치도 담기지 않았다.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 청년층 사이에서 국민연금 납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과거 연금개혁 때도 국민연금에 관한 불신을 담은 ‘국민연금 괴담’이 퍼지기도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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