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이면서 사회비평가인 제니퍼 월리스는 미국 전역의 비교적 부유한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아만다와 같은 청소년을 셀 수 없이 자주 만난다고 전한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인 책 <절대 충분하지 않아(Never Enough)>는 성공 지상주의와 성취 문화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월리스는 자녀 세대가 마치 ‘압력솥’과 같은 엄청난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비유한다. 삶을 뒤덮어버린 성취 문화가 사회악이 돼 버렸다고 주장하며 ‘독성 성취 문화’와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스탠퍼드대 부설 연구기관인 챌린지석세스가 미국 학생 4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3분의 2 이상이 대학 입시에 대해 “자주 또는 항상 걱정한다”고 답했다. 성공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이 있는 지역의 학생일수록 불안감이 심했다.
하버드대가 2020년 입학한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학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과로, 평가와 비교에 대한 불안, 건강 관리에 대한 무력감 등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에 다닌 학생이 26세가 되면 다른 중산층에서 성장한 또래에 비해 중독 문제에 시달릴 확률이 두세 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오늘날 학생들은 전례 없는 성공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 목표를 성취하고 나면 더 높은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더 혹독하고 힘든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 악기 연주처럼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조차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세대의 몸과 마음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책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압박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과 외적 성취에 좌우되지 않는 ‘내적 자존감’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회복력, 자신감,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아만다는 대학에서 더욱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됐다. 엄청난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섭식장애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을 거쳐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더 높은 곳에 도달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려는 추진력은 변하지 않았다. 아만다는 음주 운전과 약물 남용 끝에 체포됐고 재활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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