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모호한 외교노선 신뢰도 국익도 못얻어"

입력 2023-09-01 18:21   수정 2023-09-02 02:03

윤석열 대통령(사진)은 1일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며 “상대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하는 외교는 신뢰도, 국익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해온 과거 정부들의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재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외교원 설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그리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과 함께 안보와 경제, 정보와 첨단기술의 협력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다시 일부 진보진영을 겨냥하는 발언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 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원은 우리 외교관들이 분명한 가치관, 역사관, 국가관에 기초해서 외교를 수행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신임 외교관 후보자 38명과 별도로 만나 “국가 미래의 주역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열린 외교원 설립 60주년 기념 토론에서는 ‘글로벌 가치 연대를 위한 외교전략’을 주제로 전직 외교부 장관들이 패널로 참석해 제언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박근혜 정부)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를 언급하며 “그동안 미·중 경쟁이 악화할수록 우리의 (외교적) 운신의 폭, 전략적 공간이 많이 축소돼 왔다”며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미·중 양측에서 우리한테 베팅하라는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인데 이제 3국이 협력을 합의한 이상, 합의 정신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는 자세”라고 말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노무현 정부)은 대(對)중국 관계와 관련해 “상대방 국가가 상호 존중 원칙을 지키지 않거나 외교적인 의전 등에서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고 했을 때 무대응이 아니라 분명하게 선을 그어주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형주/맹진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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