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코닝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특수유리 제조업체 코닝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1일 충남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 코닝정밀소재 공장에서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서다. 이날 행사는 스마트폰 액정용 강화유리 ‘고릴라 글라스’로 잘 알려진 코닝과 삼성의 50년 동맹을 기념해 열렸다. 이 회장을 비롯해 웬들 위크스 코닝 회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참석했다.
위크스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코닝의 두 번째 고향’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이날도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3000여 명의 헌신적인 코닝 임직원과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사, 그리고 성원을 아끼지 않는 지역사회가 있다”며 “그 덕분에 코닝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첨단 기술 주도 성장에 대한 한국의 의지와 우수한 인적자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 덕분에 삼성과 같이 한국의 소중한 고객사와 협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코닝은 아산을 거점으로 구부러지는 유리인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bendable glass)’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코닝 생산시설 중 벤더블 글라스 생산 라인은 아산이 유일하다. 이 시설은 ‘완전 통합 공급망’으로 유리를 녹이고 성형, 후가공하는 과정까지 한 곳에서 이뤄진다. 위크스 회장은 “코닝은 최신 혁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기기 디자인과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것이며, 한국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코닝 제품은 고릴라 글라스로 상징되는 강력한 내구성이 자랑이었다. 하지만 접을 수는 없었다. 이번에 공개한 벤더블 글라스는 변화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한 제품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자동차의 전장화가 이뤄지면서, 여기에 쓰이는 유리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형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향후 5년간 코닝은 한국 시장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벤더블 글라스 통합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액수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 당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코닝이 발표했던 한국 투자의 일환이다.
브라운관이 LCD(액정표시장치)로, TV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와중에도 두 기업은 협력을 지속했다. 1995년엔 LCD용 기판유리를 제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를 함께 설립했고, 2007년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액정에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를 쓰기 시작했다. 2021년엔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의 지분을 9% 넘게 확보해 2대 주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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