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으론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인데 고(故) 아베 전 총리는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었다. 두 질환 모두 젊은 사람에게서 발병하며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완치되지 않고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다른 질환이다.
30대 젊은이가 설사를 자주 하면서 속옷에 변을 가끔 지린다고 변실금을 걱정하며 클리닉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외래에서 실시한 항문 검사에서 괄약근 기능은 정상으로 판단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 염증성 장 질환이 의심되면 조직검사 등을 한 뒤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염증성 장 질환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자가면역 저하, 감염 등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일반적으로 소장에서 흔히 발생하며 대장보다는 항문에 발생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과 결장에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크론병은 염증이 장의 전 층을 침범하며 장폐색을 유발해 복통이 흔하며 치루 등의 항문 질환이 동반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장 점막에 발생해 설사와 출혈이 흔하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심한 복통이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는 합병증으로 발생한 독성거대결장 가능성이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은 북구와 북미의 백인들에게서 흔히 발병하며 아시아인에겐 드문 질환이었다. 우리나라도 40년 전만 해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드물었으나 대장암과 마찬가지로 음식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에 따르면 2016년 5만7000명에서 2020년 7만3000명으로 4년 만에 30% 정도 증가했다. 가장 진료를 많이 받은 연령대는 20대로 전체의 20%를 차지했고 30대가 19.2%, 40대가 18.4%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약물의 단독 혹은 병합 치료를 우선 한다.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증상이 갑자기 나빠져 독성거대결장이 발생하거나, 장 출혈이 심하거나, 장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병한 경우 수술을 한다. 수술은 병변이 있는 직장과 결장 전부를 제거하고 회장 주머니와 항문을 문합한다. 궤양성 대장염이 오래 지속돼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수술을 시행한다. 과거에는 궤양성 대장염에서 대장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어 전국에서 몇 건 보고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장기간 병이 지속된 환자가 대장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에서 2회 이상 연속적으로 고도의 이형성증으로 진단된 경우 예방적으로 전 직장결장절제술을 시행한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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