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K뷰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선도 있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소비 열풍인 ‘궈차오’의 영향이 큰 중화권 시장을 제외하면 해외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국가별 수출 실적을 보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세계 3위 규모의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는 만년 1위였던 프랑스를 제치고 2022년 수입국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K뷰티가 앞으로 더 큰 성장 잠재력을 갖는 이유는 화장품이 한국 콘텐츠의 후행 지표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K뷰티는 콘텐츠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장 쉽게 수익화할 수 있는 품목이자 K콘텐츠처럼 트렌디하고 섬세한 감성이 강점이어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유사성에도 두 분야의 성장 전략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부재다. 국내 뷰티 브랜드는 해외에 진출한 이후 개별적으로 국가별 유통망 개척과 규제 대응, 그리고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또 뷰티 브랜드는 K콘텐츠 또는 K팝처럼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팬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내는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즉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많은 규모의 마케팅 투자는 물론, 제품에 대한 관심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유통 확장이 필수인 셈이다.
로레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도 동일하다. 로레알이 인수한 뷰티 브랜드들은 전 세계에 걸친 로레알의 유통 인프라를 통해 단시간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다. 개별 시장마다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들 또한 이처럼 해외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시장과 트렌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네트워크 장악력을 지닌 B2B 바이어들은 그 자체가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 매개체인 동시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해주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도를 높인 이후 소비자 직접판매(D2C) 영업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고객 접점 및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수익성 있는 글로벌 확장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한인 마트에서만 주로 팔리던 김밥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배경 또한 결국 트레이더조라는 접근성 높은 현지 대형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차 식품 중소업체인 올곧은 현재 각종 문의에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3세대 K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국내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이처럼 해외 유통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지속가능한 K뷰티의 글로벌 인기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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