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농락하는 서울교통공사 사례[사설]

입력 2023-09-03 17:57   수정 2023-09-04 06:34

노동조합은 회사의 동의를 얻어 회사 업무 대신 노조 일을 보면서 급여를 받는 근로시간 면제자를 둘 수 있다. ‘타임오프’로 불리는 이 제도는 노조 활동 보장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악용 사례를 보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는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 한국노총 계열 통합노조, 이른바 ‘MZ 노조’인 올바른노조 등 3개 노조에 1만5000명 가까운 조합원이 있다. 현행법상 이곳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자를 파트타이머로는 32명까지 둘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근로시간 면제자는 315명에 이른다. 법정 한도의 9배 정도인 283명이나 초과한 것이다. 부분적으로나마 회사 일을 안 하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원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총시간도 정해져 있다. 올 5월 서울교통공사의 근로시간 면제자 신청 시간을 보면 A씨 165.36시간, B씨 17.34시간, C씨 41.34시간 등으로 이들의 근로 면제 시간을 합하면 법정 한도를 지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타임오프가 아닌 시간에도 사업소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사내 게시판에는 ‘노조 전임’이라고 둘러대면서 3년째 출근하지 않은 노조 간부도 있다고 한다. 이들이 출근하지 않아 생긴 업무 공백은 당연히 다른 직원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노조의 정치 파업에 신물이 난 데다 이런 불만까지 쌓인 것이 MZ 노조 탄생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한 민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은 조합원이 200여 명으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최대 6명이지만, 실제론 70% 가까운 145명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처럼 법정 한도를 위반해 가면서 타임오프 근로자를 과도하게 두고 있는 것은 노사 간 짬짜미의 대표적인 예다. 강성 노조의 부당한 압박에 사측이 갈등을 피하기 위해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편의와 특혜를 제공하는 구도다. 결국 피해는 선의의 일반 직원에게 전가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타임오프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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