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은행 떠난 빈자리, 中은행이 메웠다…"러시아 대출 급증"

입력 2023-09-04 08:28   수정 2023-09-04 08:3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 이후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에 대한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은행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에 의한 공백을 중국 은행들이 파고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경제대학교와 함께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올해 3월까지 지난 14개월 간 러시아 은행 부문에 대한 중국의 익스포저(노출)가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는 달러 중심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맞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대 국영상업은행이 러시아 자산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한 규모는 지난해 2월 22억달러에서 올해 3월 97억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이 차지하는 익스포저만 88억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달러화나 유로화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채택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또한 경제성장의 중심축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850억달러에 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에는 러시아 수출 대금의 60% 이상이 달러화나 유로화로 결제됐고, 위안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전 이후 달러화 및 유로화 비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위안화는 16%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러시아 당국이 달러화 및 유로화 등 서방 통화를 '독성 통화'로 겨냥하면서다.

키예프경제대학교의 안드리 오노프린코 교수는 "중국은행들이 러시아 은행, 신용기관에 해준 대출 건들은 대부분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화를 대체하는 경우"라며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서방 은행은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은행 등 소수에 불과하다.

라이파이젠은행은 올해 3월까지 14개월 동안 러시아 자산이 205억달러에서 292억달러로 40% 넘게 증가했다. 다만 라이파이젠은행도 3월 이후 자산을 255억달러 수준으로 축소했고, 현재는 당국의 압박에 따라 러시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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