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은 9월 25일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 대전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차단성과 강도가 우수해 생활용품 포장재로 쓰였으나, 최근 수요 부진으로 공장을 닫게 됐다. 회사는 대전공장의 부품과 장비를 구미공장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와중에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지 못해 생산량을 축소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나일론 필름 분야 선두인 효성화학의 공장 폐쇄는 필름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SKC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필름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했다. 국내 최초로 필름을 개발하는 등 기업을 일구는 모태 사업이었지만, 성장이 정체된 데 따라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핵심 설비인 여수공장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직원을 전환 배치하고, 인수 희망 기업을 찾고 있다. 나프타설비는 석유화학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대산공장에선 지난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철거에 들어가 올 5월 작업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해외에서 비(非)핵심 자산 매각에 열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중국 자싱시에 있는 롯데삼강케미칼을 합작 파트너인 삼강화공유한공사에 매각했다. 롯데삼강케미칼은 계면활성제, 부동액,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에틸렌옥시드(EO)를 생산해왔다. 현지 화학기업이 경쟁력으로 설비를 늘리며 EO 판매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회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법인도 구조조정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엔 파키스탄에 있는 테레프탈산(PTA) 생산 공장을 약 1900억원에 매각했다. 폴란드에 있는 판매 법인도 청산해 독일 판매 법인으로 역할을 이관했다.
롯데케미칼 등 다른 화학 기업들도 범용성 제품이 아닌 스페셜티 제품 생산 및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대규모 증설을 마친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이 범용성 제품 생산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며 “석유화학 업황이 내년까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많아 기업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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