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요타의 일본 내 공장에서 대규모 가동 중단이 반복된 걸 두고 재고를 줄여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요타의 생산 방식이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가동 중단의 원인은 모두 협력 업체 문제였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협력 업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다. 도요타는 사이버 공격이 이번 가동 중단의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날 일본의 14개 생산 공장은 모두 재가동했다.
올 상반기 도요타는 489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중 일본 공장에서 164만 대가 생산됐다. 전체의 33.5%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2~3위를 다투는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자국 생산 비율을 15%로 줄이고 있지만 도요타는 여전히 일본 내 생산량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보다 일본에서의 생산 비율이 두 배가량 높은데, 잇따라 일본 공장에서 전면 가동 중단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요타의 일본 내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 가운데 약 3분의 1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생산량이 약 1만3500대다. 산하 다이하쓰와 히노의 차량은 제외한 수치다. 가장 최근 분기의 글로벌 차량 평균 판매 가격인 2만6384달러를 단순 대입하면 14개 공장에서 하루 종일 생산할 경우 3억5600만달러(약 4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번 가동 중단 때문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도요타는 최근 실적 호조를 보였다. 지난 2분기(4~6월) 일본 기업 중 처음으로 분기 기준 1조엔(약 9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도요타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1209억엔(약 10조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했다. 매출은 이 기간 24% 늘어난 10조5468억엔(약 94조6000억원), 순이익은 78% 증가한 1조3113억엔(약 1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세계 생산량(254만 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 분기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족 문제가 완화되면서 생산이 회복됐고 판매가 늘었다. 엔화 약세도 수출을 한몫 거들면서 호실적을 냈다는 설명이다.
적기 생산은 각 공정에서 필요한 재고를 필요한 양만큼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철저히 줄이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간판 방식의 생산 시스템이다. 앞 라인과 뒤 라인이 ‘어떤 부품을 언제, 얼마만큼 만들어서 주고받을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각 공정에서 부품들이 원활하게 공급될 때는 제대로 작동했던 적기 생산 방식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면서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세계 자동차 수요를 도요타가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게 한 예다. 마이니치신문은 “부품 발주 시스템의 불량 때문에 물류에 정체 현상이 빚어졌고, 일본 전역의 공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미·중 경쟁 구도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높은 중국 부품 의존도가 향후 걸림돌로 지목됐다.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8194억엔(약 7조4144억원)이었다. 2000년보다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중국산 자동차 부품(3227억엔)이 전체의 39.4%를 차지한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부품을 확보할 길이 끊기자 도요타는 일부 인기 차종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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