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거래소 관계자는 “암암리에 거래되는 무기명 골프회원권 특성을 감안하면 올 들어 손바뀜된 회원권만 30건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명 회원권은 돈이 급한 골프장이 ‘긴급 자금 수혈’을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골프장들이 분양대금 반환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한 탓에 부킹이 안 된다”는 기존 회원들의 거센 반발 등을 감안해 많은 골프장이 코로나19 호황 때 무기명 회원권을 거둬들인 뒤 소각했다.
이에 따라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무기명 회원권 몸값은 한층 더 높아졌다. 국내 최대 회원권 거래소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올해 무기명 회원권(13종목) 평균 시세는 13억4000만원으로 올초(11억5644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 ‘황제 회원권’으로 통하는 용인 한 골프장의 무기명 회원권 호가는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3 상반기 전국 골프장 운영실적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매출(-5.2%)과 입장 수입(-5.8%), 영업이익(-24.5%), 순이익(-23.9%) 등이 급감하며 산업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나면서 그동안 비싼 그린피를 내고 국내 골프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거나 테니스, 여행 등 다른 취미로 갈아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기명 회원권 혜택이 큰 대신 거래 구조가 복잡한 만큼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골프장들은 회원 반발 등을 고려해 무기명 회원권 거래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는다. 리조트 회원권에 특약을 넣는 방식으로 편법 운영하는 비회원제 골프장도 있다. 골프장 직원조차 무기명 회원권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만든 회원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몇몇 골프장은 무기명 회원권을 정리할 때 약속했던 혜택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방식으로 회원권 가치를 떨어뜨린 뒤 사들였다”며 “회원권에 붙는 프리미엄을 인정받기는커녕 혜택이 제한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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