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최근 급속하게 불어난 사슴무리가 '생태계 파괴범'이 됐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사슴무리가 숲을 점령한 채 닥치는 대로 풀을 뜯어 먹는 바람에 생태계 균형이 흔들리면서 산림 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체 조절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슴은 19세기만 해도 숲이 황폐화하고 사냥이 빈번해지면서 거의 멸종 직전까지 갔지만, 지금은 미 전역에서 '충격적인' 규모로 불어났다. 개체수로 따지면 동부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 퍼진 사슴은 30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도시 워싱턴DC에서조차 사슴 때문에 숲의 씨가 마를 정도라고 AFP는 전했다.
도심 속 공원인 록크리크파크의 사슴무리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는 꽃, 나무, 벌레 등이 초토화되고 있으며, 사슴은 익숙한 풀을 먼저 뜯어 먹는다는 점에서 토종 식물과 곤충이 먼저 멸종될 위기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관리청(NPS)은 2013년부터 매년 겨울철 야간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공원을 폐장한 상태로 총기 훈련을 받은 생태학자들이 투입되는데, 이로 인해 사슴 개체 수는 한때 제곱마일 당 적정 수준인 20마리의 5배에 달하는 100마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현재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슴을 사냥해준다는 '해결사'까지 등장했다. 버지니아주 출신 테일러 체임벌린(38)은 자신을 '도시의 사슴 사냥꾼'이라고 부르며 활과 석궁을 이용해 사슴을 사냥한다.
체임벌린은 "생명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단번에 끝내는 게 중요하다. 사슴이 피를 흘린 채 집 앞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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