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표준원과 산단공 및 7개 인증기관은 지난달 31일 산단공 서울지역본부에서 ‘지역밀착형 기술규제·인증 관련 기업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재사용 의무 강화, 에너지효율 기준 상향 등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해외 기술규제를 민·관이 힘을 합치고 총력을 기울여 더욱 신속히 해결하겠다”며 “한국 기업의 수출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OU에 이어 디지털산업단지 입주기업 대상 정보기술(IT)·전기전자 분야 해외인증지원 설명회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기술규제는 기술과 품질 향상, 안전 확보에 기여하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국제표준과 다르거나 과도한 해외 기술규제는 무역기술장벽(TBT)으로 작용해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한국 기업이 TBT를 뛰어넘어 기존 수출시장을 지키고 더 나아가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관련 시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자 각국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의 표준, 기술기준, 시험·인증 등 기술규제를 TBT로 활용하고 있다.
각국이 공식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기술규제는 지난해 3896건으로 1995년 389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WTO에 통보하지 않은 숨은 규제도 지난해 기준 약 700건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5년간 해외 기술규제 때문에 수출 애로를 겪은 기업은 26.2%에 달했다. 해당 기업 중 17.9%는 수출·입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업들은 “숨은 규제나 개발도상국의 규제, 불합리한 규제와 관련해 해외 규제당국을 기업 자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기술규제로 인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TBT종합지원센터는 지난해 WTO TBT 위원회를 통해 통보된 규제와 통보되지 않은 숨은 규제를 전문기관과 분석해 4000여 건을 기업에 전했다. 정보력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에 대해 300여 건의 컨설팅도 시행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은 2008년부터 운영 중인 ‘노우TBT(KnowTBT) 포털’을 해외 기술규제 정보 통합 플랫폼인 ‘지능형 해외 기술규제 대응 정보시스템’으로 지난 2월 전면 개편했다. 해외 기술규제 제·개정 정보를 국가별·품목별로 수요 기업에 매칭해 주는 맞춤형 정보 제공과 24시간 챗봇상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수출 20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240여 개 인증제도와 2986개 기술기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산단공은 ‘해외인증기관 지원협의체’에 합류해 산단공 입주기업의 해외인증을 비롯한 기업애로 발굴·접수를 위한 상시 창구를 제공한다. 국가기술표준원 및 시험인증기관과 협력해 지역 산단별 특화된 산업 분야 맞춤형 기술규제 설명회 및 간담회, 교육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진 원장은 “수출기업의 해외 규제 애로를 적기에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기업지원의 첫걸음”이라며 “전국 66개의 국가산업단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밀착형 해외 기술규제 기업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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