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식시장은 뭄바이의 발전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지난 20년간 15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4.4배. 코스피지수는 3.3배 올랐다. 상승세는 구경제 기업이 주도하고 있었다. 한국전력이 대장주였던 한국의 1990년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5~10위는 차례대로 인포시스(IT아웃소싱·95조원), 힌두스탄유니레버(생활용품·94조원), ITC(유통·87조원), 바르티에어텔(통신·82조원), SBI(은행·81조원), 바자이파이낸스(금융·70조원)다. 인도 증시는 금융서비스 비중이 37%로 가장 높고 IT(14%)와 에너지(13%)가 뒤에 있다.
벤처기업이 2021년 대거 증시에 입성했지만 아직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 기술주 대장인 음식배달업체 조마토가 시총 13조원으로 70위권에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인도판 토스’로 불리는 페이티엠 모회사 원97커뮤니케이션도 시총이 8조6000억원 수준이다.
구경제의 존재감이 큰 것은 기술력이 뒤처져서가 아니다. 인도는 달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다만 국가기반시설을 이제 깔기 시작한 인도 특성상 구경제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경제 기업이 최소 10년은 고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이 대표적이다.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HDFC뱅크는 매년 순이익이 20% 증가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 10년간 다섯 배 가까이 올랐다. 인도 증권업계에서 일하는 바브야 씨는 “인도의 개발정책은 금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도만큼 유망한 투자처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핵심 동력이다. 인도는 1인당 평균 25달러를 매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인구가 많다 보니 매월 인도 증시에 들어오는 신규 투자금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투자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도에서 벤처캐피털(VC)을 이끌고 있는 아난드 루니아 인디아쿼션트 파트너는 “지난 10년간 인도 증시의 상승은 외국인 투자금이 이끌었지만, 이제는 내수 자금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현금 배당을 중시하는 주주친화방침, 15%에 달하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인도 증시가 강하게 올라 조정이 나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가격 부담에 따른 조정은 인도 주식을 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인도 주식 직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인도 개별 종목에 투자하지 못하지만 간접투자는 이미 급증하는 추세다. 인도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인도니프티50’ 상장지수펀드(ETF)는 출시 5개월 만에 운용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뭄바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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