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식업계와 배달 업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오른 '배달 수수료'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외식업계는 배달 수수료를 올리지 않으면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고 호소하는 반면, 배달업체는 소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전가할 경우 전체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배달대행 업체인 도어대시는 지난해 가격을 크게 인상한 식당을 어플리케이션 내 식당 목록에서 숨기고 일부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과 같은 식당에 라벨을 표시하는 기능도 앱에 넣었다.
도어대시는 그 결과 가격 인상이 매출에 타격을 준다는 내부 연구 결과를 얻어 이를 식당 업주들과 공유했다.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 식당 매출이 최대 37%, 재주문율이 78%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배달 업계는 일부 식당이 배달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소비자들이 배달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자, 배달업체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배달 수수료를 올리지 않으면 손익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펜실베니아주 멕시코 음식점인 돈후안멕스그릴의 후안 마르티네즈 사장은 도어대시로부터 한 이메일을 받았다.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20% 이상 높으면 앱 식당 목록에서 눈에 띄지 않게 변경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마르테니즈는 앱 수수료를 충당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35%까지 인상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거부했다. 대신 고객들에게 웹사이트에서 직접 픽업을 주문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미국 대표 유통·소매업체인 아마존처럼 성장하려 하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 배달업계의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WSJ은 분석했다. 두 회사 CEO는 모든 종류의 상품을 지역 내에 배달함으로써 "아마존을 모방하고 싶다"고 언급해왔다.
아마존은 압도적인 온라인 도매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급업체에 경쟁 압력을 가하고, 자체 브랜드를 도입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반면 배달업체들은 식당에 대한 통제권이 부족해 가격 인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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