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6일 08: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의류 매장에 들어선 소비자는 구매할 옷을 바구니에 담은 뒤, 계산대로 향한다. 지능형 계산대 덕분에 장바구니에서 제품을 하나씩 꺼내지 않고도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배달앱 내 새로 도입된 AI 챗봇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음식점을 추천해 줘 주문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최근 불면증으로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졌으나, 수면 데이터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 매트리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중이다.
무인매장·AI챗봇·슬립테크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통·소비재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첨단 기술이 유통 환경에 도입되는 유통 4.0 시대에 진입한 뒤, 현재는 AI(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D&A(Data & Analytics),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밸류체인에 녹아드는 유통 4.0 시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으로 유통·소비재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예고됐다. 밸류체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 일상에도 기술을 결합해 사업 구조를 리디자인(Redesign)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유통·소비재 기업이 이해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존재하며, 국내외 기업 사례를 통해 성공적 디지털 전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과 사업 간 유기적 연계를 도모하며 디지털 시너지 제고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닌, 혁신적 비즈니스로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쟁력 그 자체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는 신기술과 자사 비즈니스 간 연계를 바탕으로 효율성·생산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초개인화 고객 경험을 제공 중인지가 기업의 디지털 전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은 자사 사업과 디지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전략적으로 선별, 결합하고 비즈니스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공급 및 판매 단계 등 가치사슬과 디지털 기술 결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브랜드로는 미국의 칙필레(Chick-fil-A)가 있다. F&B 업계 특성상 식품 안전 관련 이슈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재무적 손실이 적지 않다. 칙필레는 이 같은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식중독과 같은 안전 이슈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위해 AI 실시간 고객 피드백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는 일부 지역에 자율주행 로봇으로 로봇 배송을 개시했을 뿐 아니라 식당 내 로봇 서버 실증도 진행한 바 있다. 소비자 경험을 제고하기 위한 칙필레의 디지털 기술 도입 노력은 수년간 미국인이 선호하는 F&B 프랜차이즈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 제공 가능한 영역으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 필요
디지털 기술로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와 밀접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유통·소비재 기업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기업은 본원적 활동 영역을 넘어 소비자와 장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사업 발전이 가능한 라이프케어(Life Care) 분야로의 진출 기회를 탐색하며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나서야 한다. 펨테크(Femtech), 슬립테크(Sleeptech)처럼 소비자 생애주기에 걸쳐 장기간 비즈니스를 개발해 나갈 때,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유통·소비재 기업만의 노하우는 경쟁력을 더해줄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한편,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생태계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맥락과 흐름을 읽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기업들은 기술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투자·M&A를 혁신 추구 방안으로서 고려할 수 있다. 가령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Asleep)과 MOU를 체결하여, 수면 질 개선에 중점을 둔 건강기능식품과 숙면에 도움되는 화장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보는 자사가 보유한 뷰티테크에 에이슬립의 슬립테크 기술과 데이터를 더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기술 개발 역량 확보를 넘어 B2B 사업화로 부가가치 창출
다가올 유통 5.0 시대에는 혁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디지털 생태계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유통·소비재 기업은 이미 기술 커버리지를 확장하며 디지털 생태계 지배력을 넓혀갈 채비를 마쳤다.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도 서서히 대비책을 마련할 때다. 그러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 가령,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고도화하고, 이를 타 유통업체로 판매하는 B2B 사업화 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 구축은 디지털 생태계에서도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오카도(Ocado)가 기술·솔루션업체에 대한 투자·M&A를 지속하여 전통적 유통업체에서 리테일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오카도는 물류센터 자동화 솔루션을 자체 개발, 타 유통업체에 판매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생태계 경쟁 강도가 심화될수록 유통·소비재 기업이 가진 자체 리테일 솔루션 개발 역량은 디지털 생태계 지배력을 높이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데 국한된 기업보다는,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기술 고도화에 주도적으로 나선 기업이 우위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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