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에도 서울 동작구와 구로구에 들어서는 단지들의 1순위 청약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서울'이라는 입지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예비 청약자들을 끌어들였단 분석이다. 다만 앞서 흥행했던 단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청약자가 몰렸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인근 시세 대비 차익이 줄어들어서다. 잔금 일정이 빠듯하다는 점도 청약 성적에 부담을 줬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같은 날 401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 모집에 5626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14.03대 1로, 1순위 청약에서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59㎡B에서 나왔다. 경쟁률은 23.84대 1이다. 19가구 모집에 453건의 통장이 몰렸다. 이 밖에 전용면적별로는 △59㎡B 23.84대 1(19가구 모집에 453명) △59㎡A 18.53대 1(116가구 모집에 2150명) △84㎡A 15.9대 1(98가구 모집에 1559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청약 성적이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이유는 '서울'이라는 입지 때문이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내린 이후 반등하는 과정에서 서울 집값이 가장 먼저 오르고 있다.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퍼진 점도 양호한 성적의 배경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625만원으로 전년 동월(1453만원) 대비 약 11.88% 올랐다. 해당 기간 서울은 2821만원에서 3192만원으로 13.16% 급등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라는 이유로 분양가가 높아도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완판(완전 판매)도 순조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도 "분양가에 대한 부담은 예비 청약자들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도 "향후에 나올 단지들은 더 비싸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예비 청약자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두 자릿수의 양호한 성적이 나왔지만, 최근 분양했던 단지들에 비해선 부진한 성적이다.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평균 98.4대 1(420가구 모집에 4만1344건),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는 평균 79.1대 1의(468가구 모집에 3만7024명) 경쟁률을 냈다.
앞선 단지들보다 청약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분양가가 오르면서 시세차익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호반써밋 개봉 전용 84㎡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9억9860만원이다. 각종 옵션을 넣으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차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구로구 개봉동 '개봉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되레 2억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3억9393만원이다. 인근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는 지난 7월 12억8000만원에, '롯데캐슬파크엘'은 전용 84㎡도 지난 6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시세를 웃돌고 있다.
잔금 일정이 빡빡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벌기엔 이번에 공급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빠른 편이다. 호반써밋 개봉은 입주가 2024년 12월로 1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오는 11월20일까지 중도금, 내년 3월 입주할 때까지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서울 청약 단지라 완판 여부에는 의심이 들지 않지만, 굳이 앞선 단지들에 비해 경쟁률이 하락한 이유를 꼽자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잔금 일정이 빠르다는 점 등이 예비 청약자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호반써밋 개봉은 오는 13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25일부터 27일까지 계약을 진행한다. 전매제한은 1년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계약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1년이다.
이송렬/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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