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동안 2700만원 피해…치킨집 '배달 주문 거절' 실체

입력 2023-09-05 18:00   수정 2023-09-05 18:01


9개월 동안 직원의 상습적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주문 취소로 약 2700만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는 치킨집 업주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업주는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가게 문을 연 지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년간 직원의 상습적 주문 거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업주라고 밝힌 A씨는 "직원이 혼자 일하는 낮 시간대에 주문량이 너무 없어서 배달앱 주문 거절을 확인해 보니, 매일 한 배달앱에서만 2~3건 주문 거절이 있었다"며 "다른 배달앱도 합치면 더 많을 것 같다. 이게 1년이면 한 배달앱으로만 15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A씨가 공개한 배달 앱 정산 내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 30일, 지난 7월 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주문 거절 횟수는 무려 957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개월간 직원의 배달 주문 거절로 피해 본 금액만 2743만3800원에 달한다.

A씨는 "말복 날 배민(배달의민족 앱)으로만 139만원을 거절했고, 다른 앱까지 합치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함을 느낀 A씨가 주문 취소가 많은 이유에 관해 묻자, B씨는 "화장실에 있어서 못 본 것 같다" , "주문 들어온 적 없었다", "손님이 주문하자마자 바로 취소해서 그런 것 같다", "배달 구역이 아니라서 거절했다" 등의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매장 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해당 직원이 휴대폰 게임 등을 하느라 주문 거절을 한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거절한 시간대 CCTV를 보면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놀다가 정확히 거절하는 모습이 담겼다"라며 "낮 6시간 동안 5~6건 주문이 전부인데,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그 직원이) 매장 청소도 안 하는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했다고 우기길래 CCTV 영상 일주일 치를 봤다. 매장을 전혀 쓸고 닦지 않았다"며 "항상 걸레통이 깨끗해서 이상했는데 그 직원이 쉬는 날마다 물걸레에 흙탕물이 잔뜩 있었다. 그걸로 뭐라 했더니 당일 퇴사 통보했다"라고도 털어놨다.

이후 일각에선 "업주의 관리 소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A씨는 "(매장에서) 매일 12시간 상주하며 주 1회 쉬고 있고, 배달량이 많은 가게라 제가 배달 포지션(업무)으로 빠져야 아르바이트나 직원이 없을 시에 대처가 가능하다"며 "총 영업시간이 15~16시간 되는데, 제가 없는 시간대에 (주문 거절이) 생긴 거다. 직원 처우도 좋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이들은 "증거를 모아서 민사 형사 손해배상 청구해야 한다", "영업방해로 고소해야 한다", "중범죄다. 얼른 신고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A씨는 해당 직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고의성 영업 손실로 신고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의 고의적인 주문 거절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에 따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한경닷컴에 "이 정도면 고의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해 직원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겠다"라며 "우선 직원과 대화해 원만하게 합의해보시고, 만약 실패한다면 법적 절차도 활용해보시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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