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건물 앞. 한껏 멋을 낸 ‘패피’(패션피플)들이 매장 앞을 서성였다. 뉴욕 럭셔리 편집숍 ‘바니스뉴욕’의 국내 출시를 알리는 행사장은 마치 뉴욕에 온 듯한 콘셉트로 꾸며졌다. 배우 기은세, 아이돌 (여자)아이들 멤버 전소연 등을 비롯해 인플루언서, 패션 에디터·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 수백명이 모였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바니스뉴욕 컬렉션에 대해 “올드머니룩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니스뉴욕은 1923년 설립된 미국 유명 백화점 바니스뉴욕의 프리미엄 자체 브랜드(PB)로 국내시장에서는 CJ ENM이 운영한다. CJ ENM은 지난해 10월 바니스뉴욕 판권을 보유한 미국 어센틱 브랜드 그룹(ABG)과 국내 패션사업 운영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바니스뉴욕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재봉 기술 등으로 잘 알려져 국내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이 있다.
CJ ENM은 최신 패션 트렌드인 올드머니룩 콘셉트를 바니스뉴욕의 올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 디자인에 담았다. ‘올드머니’는 집안 대대로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층을 뜻하는 말이다. 부를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여유로운 상류층의 분위기를 내는 게 올드머니룩의 핵심이다. 일명 '금수저 패션'으로 불리며 단정한 셔츠, 니트 등으로 중년에 가까운 성숙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게 이번 올드머니룩 트렌드의 특징이다.
바니스뉴욕 가격대는 트렌치코트가 40만원대 후반, 가을 재킷류는 40만~60만원대, 니트류 20만원대, 원피스 30만원대에 형성됐다. 일부 가격대가 매우 높은 상품도 있다. 이탈리아 제냐 원단으로 만들어진 헤링본 코트는 200만원이 넘는다. 비젠티노 체크 재킷과 팬츠도 세트로 구매하면 200만원대 중반인데 행사장을 찾은 패션 에디터들이 특히 관심을 보였다.
주로 빨강색·초록색 등 다소 과감한 색과 검정색·갈색·연갈색 등 차분한 색이 고르게 조화를 이뤄 과감하면서 모던하고 우아한 브랜드 콘셉트을 한 눈에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이 즐겨 입는 디자인의 블라우스와 니트류, 하의류 등을 구성했다”며 “미국 패션 업계를 이끌며 트렌드 큐레이터로 시대를 풍미했던 바니스뉴욕의 감성을 담아 국내 패션시장에서 럭셔리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니스 뉴욕은 CJ ENM이 이달 론칭한 패션 버티컬 플랫폼 '셀렙샵(CELEBSHOP)'에서만 판매한다. 셀렙샵은 밀레니얼 세대인 35~44세 여성을 콕 집어 타깃팅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해외 디자이너 및 명품 브랜드 두 개의 플랫폼을 쓸 수 있게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온라인 쇼핑 패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52조694억원에 달한다. CJ ENM은 기존에 30~4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패션에 민감하고 구매력 있는 계층이라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회사 측은 "셀렙샵은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위주로 꾸렸다"고 강조했다.
이미 CJ온스타일로 대표되는 패션 플랫폼을 갖춘 CJ ENM이 새 브랜드와 별개의 패션 앱을 론칭한 것은 홈쇼핑과 분리된 차세대 성장 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홈쇼핑사들은 TV 시청 인구 감소, 이커머스 유입 등 유통시장 경쟁 심화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CJ온스타일 TV방송 판매 매출액도 2020년 6401억원, 2021년 5605억원, 지난해 4925억원으로 감소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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