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투자자들에겐 돈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사실상 투자자의 돈이었다. 비상장 주식 거래소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던 두 회사의 현재 가치는 휴지조각에 가깝다. 사기를 당한 소액 투자자는 줄잡아 7500명, 피해 금액은 31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법원의 단호한 모습은 다른 판결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2012년 전모가 드러난 SAC캐피털의 내부자 거래도 그중 하나다. 이를 주도했던 매슈 마토마 트레이더는 45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배상금은 6억1600만달러였다. 부당 이득 2억76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한국에서도 투자 사기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 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청담동 주식 부자’로 잘 알려진 이희진의 수법은 코스텔로와 비슷했다. 헐값의 장외 주식을 미리 사놓고 허위 정보를 퍼뜨린 뒤 투자자를 유인했다. 피해 규모가 코스텔로보다 컸지만, 형량은 3년6개월에 그쳤다. 2016년 재판에 넘겨졌는데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게 2020년이다. 그는 만기 출소한 뒤 암호화폐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07년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 이득을 챙긴 ‘루보 사태’ 주범에겐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이 선고됐을 뿐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이 법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시행령 입법 예고에 나섰다가 사흘 만에 취소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법원행정처 등이 추가 논의를 요구했다는 게 이유다.
사법당국은 “불공정 거래 처벌은 사법 행위의 영역”이란 입장이다. 특히 검찰이 수사·처분을 통보한 지 1년이 지나면 금융위가 자체 판단해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행정 제재를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맞선다. 수사·재판 지연 때의 추가 범죄를 막으려면 해당 조항을 삽입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주가 조작범들 사이에선 ‘감옥 다녀와도 남는 장사’란 인식이 있다고 한다. 재범률이 20%를 넘는 배경이다. 물러 터진 현행법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다. 금융·사법당국이 하루빨리 접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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