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난 지 30~40년 만에 이뤄진 조총련계 동포들의 모국 방문은 한국 국적의 재일 한국인 단체인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민단)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좌익 동포 단체인 조총련이 내리막을 걷게 된 결정타였다. 해방 이후 일본에 남아 있던 약 65만 명의 재일동포 중 95% 이상이 남한 출신이었지만 일본에서 일찌감치 남북한 동포를 규합하며 세를 불린 조총련 쪽 가입자가 훨씬 많았다. 이들이 뒤늦은 모국 방문 사업으로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확인하자 대거 민단으로 돌아선 것이다.
1955년 5월 결성된 조총련은 일본과 국교가 없는 북한의 사실상 공관이자 동포들이 번 돈을 북으로 보내는 외화 조달 창구였다. 동포들에 대한 사상교육, 대남 정보활동과 요인 감시, 일본인 납치 등도 주도했다. 북한 당국과 합작해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000여 명의 재일동포를 만경봉호에 태워 북송한 것도 조총련이었다. 한때 50만 명에 달했던 조총련계 동포가 3만 명 선으로 쪼그라든 것은 시대착오적인 북한 추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총련이 주최한 간토 대지진 100주년 추모행사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참석해 논란이다. 윤 의원은 조총련이 주최한 행사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간또 대진재 조선인 학살 100년 도꾜 동포 추도 모임’이라는 북한식 표기만 봐도 행사 주최자를 짐작할 수 있지 않나.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라고 판결한 조총련을 ‘친북 성향 단체’라고 한 민주당 의원까지 있으니 참 가관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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