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애호가라면 마땅히 이번주에 ‘늦여름 휴가’를 냈어야 한다.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애니시 커푸어, 나라 요시토모 등 거장들의 작품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음미하려면.
많은 사람이 국내 최대 미술 행사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수요일(6일)부터 관람 일정을 짜지만 그랬다간 쉽사리 보기 힘든 명작들을 놓칠 수 있다. 행사장 밖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딱 며칠만 여는 ‘팝업 전시’들은 이미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은 아주 잠깐 얼굴을 내비친 다음 컬렉터들의 수장고로 돌아간다. 서두르지 않으면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 전시를 모았다.
작품 수준도 최상급이다. 하나같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걸릴 만한 작품이다. 전시작 15점의 낙찰총액이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이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전시장 안쪽에 걸린 바스키아의 ‘전사’(1982)는 2년 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4190만달러(약 472억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아시아 경매에서 거래된 서양작품 중 역대 최고 몸값이다. 크리스티는 5~6일 미술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먼저 작품을 선보인 뒤 7일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카드 다이브 앱이나 크리스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또 다른 글로벌 경매회사인 필립스도 서울 화동 송원아트센터에 ‘블루칩 작가’들을 데리고 왔다. 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잠시 매혹적인’이다. 맨 위층으로 올라가면 올가을 홍콩에서 열리는 필립스의 ‘20세기&동시대 미술 경매’에 나오는 주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추정가 44억~68억원에 달하는 니콜라스 파티의 대형 정물화를 비롯해 나라 요시토모의 대형 그림이 기다린다. 같은 방 한편에는 구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회화 두 점과 ‘빨간 호박’이 걸려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수십억원대 경매 기록을 쓴 스콧 칸의 1985년 작품 ‘레스팅 바이 더 스트림’이다.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북촌 한옥의 정취 덕분에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된다는 점이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프랑스 ‘국가대표’로 뽑힌 로르 프루보 작품이 그렇다. 프루보는 한옥 정원과 북촌 풍경이 쫙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기름으로 뒤덮인 새 조형물을 전시했다. 루이즈 헤이워드 리슨갤러리 파트너는 “새가 언젠간 스스로를 정화해 푸르른 한옥의 정원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음 더 플레이스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한옥에선 LVH가 기획한 전시 ‘와츠 업’이 열리고 있다.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워홀, 바스키아, 키스 해링, 게르하르트 리히터, 이우환, 구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등 거장 12명의 작품이 펼쳐진다. 전시를 기획한 LVH의 로렌스 반 헤겐 대표는 “현대 미술과 건축 사이의 독특한 대화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옥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장소”라고 했다. 리슨갤러리 전시는 예약 없이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LVH 전시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선아/성수영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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