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6·1 지방선거로 당선된 단체장의 임기 첫날인 7월 1일 서울·인천시와 경기 고양·부천·안산·남양주·안양·화성·김포·광주시 등 총 10곳의 지자체에 소각장 설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환경부는 2021년 폐기물처리법을 개정해 재분류와 소각을 거쳐 남은 불연 폐기물만 매립해야 한다고 정했다. 이 조치는 수도권은 2026년부터,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시행된다. 현재 전체 폐기물 중 20~40%를 차지하는 생활폐기물을 꼭 태워 버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땅이 모자라서다.
환경부는 공문에서 ‘법을 어긴 지자체 단체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민선 8기 지자체장의 임기는 2026년 6월 말까지다. 2025년 말까지 소각장을 못 지으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1년이 흘렀지만 수도권 곳곳에서 소각장 사업에 진척을 본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서울시가 지난달 31일 마포구 상암동을 신규 소각장 부지로 선정한 게 진전이다. 하지만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5일 “서울시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인천시와 경기도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2020년부터 서부 300t(하루 소각량 기준), 북부 240t, 동부 300t, 남부 645t급 자원순환시설(소각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 한 곳도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화성시는 처리량 500t급 소각장을 짓기 위해 올초 3개 마을(비봉면 양노리, 팔탄면 율암리, 장안면 노진리)에서 유치 신청서를 받았으나, 모든 마을이 철회하면서 입지선정위원회가 사실상 중단됐다.
두 차례 후보지 선정에 실패한 뒤 주민들에게 레저·문화 랜드마크를 조성해주겠다고 재차 공모를 받아 내년 4월께 후보지를 확정하기로 한 고양시가 경기지역 지자체 중에선 그나마 진척을 본 곳이다. 12곳의 마을이 유치를 신청했다. 김포시는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에 대비, 입지 후보지를 공모받아 다른 지자체의 쓰레기도 소각하는 대신 국비 지원 비율(50%)이 높은 광역소각장 지을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일러야 내년에 부지가 확정될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직매립량 하루 50t이 넘는 지자체에만 소각장 건설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을 뿐, 나머지 지자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를 리 없고 모두 똑같은 처지”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내심 환경부가 소각장 마련 시점을 늦춰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소각장 신·증설을 추진 중인 경기도 지자체 중 법 시행 전에 소각장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8곳뿐이다. 2027년 7곳, 2028년까지 9곳이 완료할 예정인데, 이마저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혐오시설’이란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소각장을 주민 친화공간으로 바꾸고, 후한 보상을 하는 것 외엔 별도리가 없다. 하남시는 2014년 하루 폐기물 48t과 음식물 80t을 처리할 ‘하남유니온파크’를 조성했다. 건축비(3030억원)가 많이 들어갔지만 전체를 지하화하고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해 주민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 기준보다 10배 이상 강화된 기준으로 배출 가스를 관리할뿐더러 시설도 지하에 있다 보니 혐오시설이란 인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대훈/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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