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국내 변호사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1973년 설립 이후 50년 만이다.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화우 등 다른 대형 로펌도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며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규모가 한정된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덩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화가 생존의 필수가 되자 중견 로펌들도 연이어 살림을 합치며 ‘벌크업’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김앤장은 김영무 변호사가 1973년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와 함께 설립했다. 초창기 때부터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올 들어서도 이호재 전 서울고법 판사·박성준 전 부산고법 판사·정선균 전 대법원 재판연구원 등을 영입하며 우수인력 확보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김앤장은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을 앞세워 오랫동안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을 추격 중인 다른 대형 로펌들도 변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장이 565명으로 김앤장 다음으로 많고 △세종 519명 △태평양 497명 △율촌 433명 △화우 320명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 국내 6대 로펌의 변호사 수는 총 3354명으로 2018년 말(2527명) 이후 32.7% 증가했다.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문조직을 늘리는 흐름도 인력 확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로펌들은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확산, 금리 상승,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6대 로펌의 매출 증가율은 4.5%로 2021년(10.1%)보다 크게 떨어졌다. 로펌들은 돌파구를 확보하기 위해 토큰증권, 인공지능(AI), 플랫폼, 모빌리티 등 새로 태동한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직을 줄줄이 꾸리고 있다.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신사업에서 활약할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며 “지금처럼 변호사 한 사람당 매출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한 이 같은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알짜 인력을 빼앗는 쟁탈전도 종종 벌어진다. 율촌은 지난 1월 지평의 이광선 노동그룹장과 구자형·김동현 변호사를 영입해 노동분야 전력을 강화한 데 이어 지난달엔 KL파트너스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이은녕 변호사를 국제중재팀 새 식구로 맞았다. 세종도 지난 4월 정연아 변호사 등 위어드바이스 변호사 5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이들을 주축으로 신사업플랫폼팀을 신설했다. 이 로펌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인 이기홍 변호사를 광장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린과 LKB파트너스도 합병 작업에 한창이다. 두 로펌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다. 클라스한결과 마찬가지로 송무에 강점을 둔 로펌(LKB파트너스)과 자문에서 두각을 보인 로펌(린)이 합치는 사례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변호사 200여명을 둔 종합 로펌이 탄생한다.
중견 로펌들의 거센 추격은 오랫동안 10위 자리를 지켜온 동인의 전략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인은 지난 4월 오창국·정혁진·배한영 등 중소로펌 경문의 주축 변호사 여덟 명을 한꺼번에 데려왔다. 스카우트 이후 경문이 해산 절차를 밟았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합병에 가까운 영입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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