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6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대폭 강화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분간 계열 분리 없이 형제 경영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주사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진행됐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현대지에프홀딩스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3317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지분을 12.05%에서 30.0%로 늘렸다. 현대그린푸드 지분은 27.99%에서 38.11%로 확대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이다. 당초 현대백화점그룹은 지금의 단일 지주사 체제가 아닌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따로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해 두 개의 지주회사를 두는 방안을 추진했다.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하는 안건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 계획은 틀어졌다.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백화점과 달리 현대그린푸드는 인적분할에 성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그린푸드 인적분할로 나온 분할존속법인이 지금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다.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전환이 막히자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자회사로 두는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노선을 틀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받는 대가로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식을 발행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한 배경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정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백화점 주식 399만8419주(지분율 17.09%) 중 358만4863주(15.32%)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넘기고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율을 12.7%에서 38.1%로 늘렸다. 정 부회장은 갖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주식 806만2490주(23.8%)를 전량 넘겨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율을 23.8%에서 28.0%로 확대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1.9%에서 8.0%로 늘었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서 정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율은 38.4%에서 74.1%로 뛰었다. '정 회장·정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구조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계획과 달리 단일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형제 경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면 향후 정 회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사업, 정 부회장은 비(非) 유통사업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시너지가 커 계열 분리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과 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겨두고 있지만, 이는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 등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제시했던 주주 친화 정책도 차례로 이행할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인적분할 이후 1년 내 자사주 10.6%를 소각하고, 최소 150억원 이상을 배당하는 배당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백화점까지 추가로 현대지에프홀딩스에 편입된 만큼 배당금은 약속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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