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투자만으론 보편적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빅테크의 기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망 중립성과 인터넷 경제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7~8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M360)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레이튼 박사는 구글, 메타,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기업이 통신망에 대한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다. 한국에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와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고 국회에서도 통신사와 빅테크 간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는 “빅테크들은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곳에서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한국 정부와 국회, 사법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튼 박사는 “구글,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기업이 한국의 망 이용대가 부과 움직임에 대해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 태도”라며 “넷플릭스가 최근 계정 공유를 제한한 것처럼 빅테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며 “이는 한국 전역에 촘촘하게 깔려 있는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이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인터넷 사업자도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취지에서 망 이용료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한국의 규제 행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유럽에서도 빅테크 기업이 대형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소액이나마 망 이용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OECD 회원국으로서 다른 국가와 비슷한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튼 박사는 이달 유엔에서 ‘빅테크의 망 투자에 대한 기여’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유엔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통해 2030년까지 인터넷 접속 가능 인구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망 투자 금액이 2조달러(약 2600조원)가량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국회에서 추진 중인 ‘보편적 서비스 기금’을 소개했다. 빈곤층이나 인터넷망 설치가 어려운 교외 지역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빅테크로부터 기금을 걷는 내용으로 이달 말 관련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땅이 넓고 전국적으로 인터넷 사업자가 3600개 이상인 미국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레이튼 박사의 설명이다. 유럽이나 개발도상국은 한국처럼 빅테크가 개별 통신사업자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트워크에 대한 빅테크의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데 세계 각국이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한국에서 추진 중인 망 이용료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여러 국가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가 망 이용료를 낼 경우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레이튼 박사는 “유튜브 같은 기업은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활용해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받아 크리에이터와 나누는 구조”라며 “구글이나 메타는 비용을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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