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인기 선물로 꼽히는 소고기가 올 추석 한층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태풍 피해 등으로 몸값이 뛴 과일과 달리 한우 가격이 하락하면서 유통업계에서 지난해 추석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돋보이는 선물세트를 선보인 결과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으로 명절 전후 공직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선물 가액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점도 한우 선물세트에 호재가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지난달부터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한 결과, 소고기 선물세트 매출이 두드러지는 증가세를 보였다. 통상 한우 선물세트는 고가 선물로 인식되지만 올해 한우 도축 수 증가로 한우 시세가 안정화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에서는 올해 가격을 인하해 가성비가 돋보인 한우 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시세 하락에 맞춰 5년 만에 명절 한우세트 가격을 인하했고, 롯데마트 역시 가격을 낮춘 선물세트를 내놨다.
이마트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진행한 결과, 한우 냉장세트 매출이 지난해 추석 같은 기간(7월 23일∼8월 17일)보다 46.1% 뛰어 전 품목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우 매출 순항과 함께 해당 기간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전체 매출은 22.2%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마트에서는 가성비가 돋보이는 1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로 예약주문이 몰렸다. 일례로 올해 출시된 11만8400원짜리 냉장 한우 세트는 600개 이상 판매돼 전체 한우 냉장세트 중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9.2% 가격을 낮춘 15만8400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도 판매량이 30%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우 등 축산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7월 22일~8월 17일)보다 50%나 치솟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우 선물 세트 중 약 35%에 달하는 품목 가격을 지난해 추석보다 5~10% 가량 인하한 점, 10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린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우 도축 마릿수 증가로 소고기 가격이 하락한 결과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한우 등심 1+등급(1㎏)의 소매가격은 1년 전(1만2633원)보다 13.7% 하락했고, 한우 등심 1등급(1㎏) 소매가 역시 8841원으로 11.3%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추석 전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우 도축 마릿수는 전년 동기보다 8~13% 증가할 전망"이라며 "㎏당 도매가격(거세우 지육 기준)은 출하량 증가로 전년(2만2219원)보다 5.2% 내린 2만1065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백화점에서도 한우 선물세트 인기가 가열됐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기간인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우 선물세트 판매가 50% 증가했다.
김영란법 개정으로 올해 추석 전후 기간(9월5일~10월4일)에 30만원까지 농·축·수산물 선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백화점에서도 선물세트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들은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함께 10만~30만원 사이 선물세트 품목과 물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8일 시작하는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에 영국 스타 셰프 고든 램지,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출신 양지훈 셰프 등 유명 셰프 이름을 내건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고든램지 한우 세트'는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햄버거 브랜드 '고든램지 버거' 매장에서 사용되는 부위를 선별했다. 올해 설에 첫선을 보였고, 추석 선물세트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위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자체 숙성 방법을 적용한 ‘효온숙성’ 한우 등을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지속가능한 축산 환경에서 사육한 소에서 얻은 프리미업급 '친환경 한우 선물세트'와 함께 20만~30만원 사이 선물세트 물량을 늘렸다. 한화갤러리아는 강진 한우 농가와 독점 계약한 '강진맥우' 선물세트와 함께 직영 스페인 농장에서 키운 흙돼지 이베리코 상품을 내세웠다.
실제 소비자가 가장 받고 싶은 명절 식품 선물도 육류로 나타났다. 최근 신세계푸드가 20∼40대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세대별 식품선물 선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4명(38.0%)이 가장 선호하는 식품 선물로 '육류'를 택했다.
20대(41.4%), 30대(34.7%), 40대(38.7%)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받고 싶은 식품 선물로 육류를 택했다.
육류를 제외하면 선호 식품선물 순위는 연령대별로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 20대에서는 육가공품(18.5%), 건강식품(10.9%), 과일류(10.6%), 베이커리류(8.3%)가 육류의 뒤를 이었다.
30대는 과일류(18.3%), 육가공품(16.7%), 건강식품(15.9%), 기름·양념류(6.3%) 순이었다. 40대는 건강식품(18.4%), 과일류(14.3%), 육가공품(13.7%), 기름·양념류(6.0%) 순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선물세트의 가격거품과 과대 포장에 따른 자원낭비 및 환경문제가 대표적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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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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