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외에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을 심화할 다른 요인이 최근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가봉은 쿠데타로 원유 공급에 타격을 받았다. 이 같은 원유 공급 문제가 물가를 자극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정책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 영향이 크다. 세계 원유 소비 2위 국가인 중국이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이런 중국에서 최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헝다(에버그란데) 등 부동산 기업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자국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5년 만에 주식거래 인지세를 인하하는 등 각종 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중국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감산 연장을 결정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사우디는 더라인 건설과 홍해 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유가를 배럴당 81달러 이상으로 방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감산 연장은 유럽연합(EU)을 향한 보복성을 띠기도 한다. EU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감산을 통해 원유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다른 원유 생산국의 공급 차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멕시코는 대부분 원유를 멕시코만의 얕은 바다에서 하루평균 160만 배럴 생산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화재 등 산업재해가 잇따르면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OPEC 회원국인 가봉도 하루 약 18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만, 최근 군부 쿠데타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유가 급등에도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3%다.
Fed가 고금리 정책을 얼마나 이어갈지도 관건이다. 특히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에너지 가격 비중이 9%나 되는 만큼 작은 외부 변수도 물가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어서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Fed가 내년 6월 말까지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이후 분기별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와 데이비드 메리클을 포함한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분기당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지만, 그 속도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Fed의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인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긴축(금리 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이날 내놨다. 그는 CNBC에 “지난주 우리는 정말 좋은 경제 지표들을 봤다”며 “우리가 (금리 인상 결정을)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경제 지표란 8월 고용보고서를 의미한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3.8%로 약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임금 상승률도 예상보다 더 둔화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리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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