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국산 전구체로 3년 내 글로벌 1위에 오르겠습니다.”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경북 포항에 전구체 생산 공장인 CPM 3, 4공장을 착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세 배 이상인 17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25년부터 신설 공장에서도 2차전지용 하이니켈 전구체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구체는 2차전지의 양극재가 되기 전 단계 물질로, 양극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전구체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모두 중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구체를 국산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다면 2차전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니켈 함유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순도가 낮은 원자재에서 고순도 니켈을 뽑아내는 RMP 공정(황산화 공정)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예전엔 니켈 브리켓과 같은 고순도 원재료를 비싸게 매입해 가공했지만 지금은 저순도 MHP(니켈 혼합물)를 인도네시아에서 20~30% 저렴하게 대량 매입한 후 직접 정련해 가공비를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MHP를 100% 사용해 자체 정련 공정을 거치면 중국산 전구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포항의 전구체 생산 공장인 CPM 1, 2공장에서 총 5만t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하이니켈 전구체 시장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시장 점유율은 16.5%로 글로벌 2위다. 생산한 전구체는 90% 이상을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한다.
김 대표는 “삼성SDI에 전구체를 소량 납품하고 있지만 에코프로비엠이 사용할 물량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수출과 외부 판매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40%까지 늘려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양극재 제조사 3곳과 2025년 납품을 목표로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에코프로비엠도 중국 GEM의 전구체 사용 비중을 늘리는 등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연내 포항에 CPM 3, 4공장을 착공해 내년 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하이니켈 전구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인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점유율 34.7%)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다. 김 대표는 “공장 증설에는 7000억원에서 8000억원가량 투입될 것”이라며 “필요한 자금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가치는 3조원대, 공모 규모는 5000억~7000억원대로 예상된다. 실적이 급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6652억원,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4%, 140% 증가했다.
김 대표는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올해 실적은 작년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7월부터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수주 물량과 공급 대기 물량이 많아 장기적으로 매출이 꾸준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은 국내 전구체 제조 기업에 엄청난 기회”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으로 양극활 물질의 정련과 전구체 제조부터 양극재, 리사이클까지 에코프로그룹 양극소재 생산의 전 주기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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