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남의 한 국립대 교수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국립대 전 교수 A씨(58)는 6일 대전고법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준강간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어떤 말로 해도 피해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교직에서 파면됐고 배우자와도 이혼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호소했다.
검찰은 A씨의 주장에 "처음에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CCTV 영상까지 삭제하며 은폐하려 했다"면서 "동료 교수에 대한 범행도 원심에서는 부인하다가 유리한 양형을 받기 위해 반성했다고 진술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심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새벽 자기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해 잠든 재학생(20)을 네 차례에 걸쳐 간음하거나 추행했다. 당시 함께 있던 여자 교수도 강제 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함께 기소됐다. A 씨는 동료 교수와 피해 학생과 함께 외부 식당에서 음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후 자신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더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여자 교수는 당초 준강간 방조 의혹으로 학교에서 해임됐다가 정직으로 감경됐고, 최근 복직했다. 현재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처음부터 자기 집으로 피해자를 불러 만취하게 한 뒤 자고 가라고 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피해 학생은 이 사건으로 10년간 노력해왔던 꿈도 포기했다"면서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해 줄 것을 탄원했다.
지난 6월 1심에서는 "갓 성인이 된 피해자를 간음하고 추행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대학 측도 대책 회의를 열고 A씨를 직위 해제한 후 징계위원회를 거쳐 파면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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