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이 올해 가장 어려운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회 첫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단 네 명에 그치면서다.
7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6668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단 네 명만 언더파를 기록했다.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선두로 대회를 마친 이가영(24) 박보겸(25) 성유진(23) 이예원(20)이 주인공이다. 이븐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8명. 출전 선수 108명 가운데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역대 최악의 난도로 1라운드 선두 성적이 2언더파, 다섯 명이 언더파를 친 지난해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대회가 열린 블랙스톤이천GC는 매 대회 높은 난도로 선수를 애먹이는 코스로 유명하다. 대부분 그린이 위로 솟은 형태여서 정확하게 스핀을 넣지 않으면 공을 세우기 어렵다.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어 페어웨이를 놓치면 상당한 페널티를 받는다.
켄터키블루그래스로 이뤄진 러프는 올해도 약 90㎜ 길이로 무성하게 자라 페어웨이를 놓친 선수들을 혹독하게 응징했다. 켄터키블루그래스는 일정 길이로 자라면 서로 엉키는 습성이 있어 중지보다 탈출이 훨씬 어렵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박민지(25)의 우승 스코어는 5언더파였다.
핀 위치도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그린 구석, 언덕 위에 꽂힌 핀은 선수들의 공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여기에 올여름 악천후로 코스 컨디션이 나빠진 것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블랙스톤이천GC는 페어웨이와 러프에 양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를 깔았다. 한지형 잔디인 양잔디는 더위와 습도에 취약하다. 그런데 역대급 불볕더위와 폭우가 거듭된 올 여름을 지나면서 코스 곳곳에서 잔디가 타버렸다. 선수들은 “페어웨이를 지키더라도 라이가 좋지 않은 샷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선수보다는 안전하게 지키는 플레이를 한 선수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날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친 이가영은 경기를 마친 뒤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는 안전한 플레이를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반면 ‘닥공(닥치고 공격) 플레이어’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KLPGA투어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박민지(25)는 6오버파를 치며 고전했고, 장타를 앞세워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방신실(19)은 9오버파 공동 78위로 커트탈락 위기를 맞았다.
이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