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실적 효자 된 '기업금융 별동대'

입력 2023-09-07 17:50   수정 2023-09-08 01:22

진단검사 과정에서 혈액 채취에 쓰이는 진공채혈관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검토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현지법인 설립부터 부지 매입과 기자재 도입까지 컨설팅해주고 현지법인인 ‘멕시코 신한은행’도 A사의 부지 매입 계약을 도왔다. 그동안 거래가 없었던 A사는 신한은행에서 시설자금 대출을 받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PRM 여신 실적 세 배 ‘껑충’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707조6043억원)과 비교해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확대가 힘들어진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PRM 마케팅을 앞세워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

PRM(Project&Relationship Manager)은 영업점이 아니라 본점에 소속된 ‘기업금융 전담역’으로 거래가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신한은행과 거래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A사와 같은 기업 수요가 파악되면 본점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2020년 글로벌 은행을 참고해 기업마케팅부에 PRM마케팅팀을 꾸리면서 ‘신규 거래 기업 섭외담당 RM’과 ‘기존 거래 기업 관리담당 RM’을 구분했다. 단 해외 은행과 달리 신규 거래 기업 섭외담당 RM 조직을 영업점이 아니라 본점에 배치했다. 본점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PRM마케팅팀은 도입 첫해부터 187개사에서 7300억원의 신규 여신을 유치했다. 2021년엔 PRM마케팅부로 승격했다. 인원도 14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두 배 넘게 늘어난 32명이다. 작년엔 377개사, 2조1800억원의 신규 여신을 끌어모으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PRM마케팅부를 통해 신한은행과 거래를 시작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기존 대출보다 이자를 낮춰주거나 금리 상승기 직전 10년 고정금리로 시설자금을 대출해준 사례 등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지역본부에도 신규 전담 RM을 배치한 데 이어 하반기엔 기업, 자산관리, 기관을 담당하는 RM을 한 팀으로 묶어 협업을 강화하는 ‘RM 원 팀 파일럿 테스트’를 하는 등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기업대출 비중 60%로
우리은행도 이날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았던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강자로 꼽혔지만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이 4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우리은행의 8월 말 기준 기업대출(135조7000억원)과 가계대출(132조7000억원) 비율은 각각 50.5%와 49.5% 수준이다. 2026년까지 기업대출 207조4000억원, 가계대출 139조2000억원을 달성해 각각 60%와 40% 비율로 재편할 계획이다. 대출자산 확대를 통해 2025년 기업대출시장 2위에 이어 2027년까지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대기업 여신을 15조원 늘리고, 2028년까지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대출할 방침이다. 방위산업과 2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도 매년 4조원의 여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신성장기업영업본부 비즈프라임센터 등 특화 조직을 신설하고, 기업금융 인력에겐 실적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기본급의 최대 300%)를 지급하기로 했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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