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주택 공급의 걸림돌로 PF 시장 경색을 꼽았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현재 PF 사업장이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필수”라며 “그마저도 시공능력평가 30~100위권 건설사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낮은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은 10위권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아예 대출이 안 될 정도로 자금시장이 경직됐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택지를 매입한 뒤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연 18%대의 연체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있다”며 “PF 자금 대출 요건을 완화해 200위권 중견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못한 현장을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민관 합동 사업지는 물가 인상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부장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안전 등 부대비용 증가로 2년 새 공사비가 26% 뛰었는데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공 택지사업 대부분은 공사비가 2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에선 배임과 감사 등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미루고 있다”며 “건설 원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레미콘,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요 촉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도권 지역과 달리 대구, 울산, 경남 등은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지역은 분양 위축 지역으로 선정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취득세를 50~100% 감면해주거나 다주택자 중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 재허용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도 개편 등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는 2020년 폐지된 매입형 등록임대주택제도를 복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관련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엔 다주택자가 움직여야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살릴 수 있다”며 “아파트에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면 다주택자가 주택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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