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 집값 반등이 거세다. 하반기 들어 4% 가까이 오르면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집값이 하락한 이후 저점이라고 인식한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빠르게 반등했고 '준서울'이라 서울 집값 상승 효과도 덩달아 누렸단 분석이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하남 일대에서 나오는 무순위 청약(줍줍)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미사강변스타힐스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9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 거래된 9억3000만원보다 2000만원 올랐고 지난 2월 기록한 저점 8억원보다는 1억5000만원 반등했다.
같은 동에 있는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 74㎡도 지난달 9억4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해 올해 들어 처음 매매가 성사됐다. 지난해 12월 7억6500만원에 거래됐던 이 면적대는 8개월 만에 1억8000만원 상승했다.
원도심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덕풍동에 있는 '하남풍산아이파크(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8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6월 거래보다 2000만원 상승했다. 5월 직거래된 7억3000만원보다는 9000만원 뛰었다. 신장동에 있는 '하남유니온시티에일린의뜰' 전용 84㎡는 지난달 9억3000만원에 팔려 올해 저점 8억8000만원(8월)보다 5000만원 올랐다.
망월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하남 내에서도 미사강변도시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라면서 "신축급 아파트가 몰려 있다보니 하남 내에서도 가격 반등이 가팔랐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서울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준서울'로 평가받는 하남 집값이 함께 움직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장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미사강변도시나 감일지구 등 신도시만큼은 아니지만 덕풍동, 신장동 등 원도심으로도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다소나마 매수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다보니 내 집 마련에 나서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분양 당시 가격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선 '로또'로 여겨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하남시 덕풍동에 있는 '더샵 하남에디피스'(내년 3월 입주)에서 계약취소주택 1가구와 무순위 청약 1가구 등 총 2가구가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이번 2가구 분양가는 2021년 9월 분양가로 나왔다. 무순위 청약인 전용 84㎡ 분양가는 7억2492만원, 계약취소주택인 전용 59㎡는 4억5599만원이다.
인근에 있는 '하남더샵센트럴뷰'(2016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7월 8억2000만원까지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1억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 '하남호반써밋에듀파크'(2021년 입주) 전용 59㎡는 지난 2일 7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3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전용 84㎡는 무순위 청약이기 때문에 청약 통장, 주택 보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전용 59㎡는 특별공급이라 하남시에 사는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이 단지에 관심있는 예비 청약자들은 "수중에 얼마나 들고 있어야 가능하겠느냐",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무순위 청약 나와서 넣어볼 예정이다" 등 반응이 뜨겁다.
덕풍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더샵 하남에디피스'와 관련한 문의를 꽤 많이 받았다"며 "하남에 사는 실수요자부터 인근 지역 투자자들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하남 집값은 0.34%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 이 기간까지 하남 집값은 3.91% 올랐다.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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