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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오마하의 현인’의 선택은 주택 시장이었다. 워런 버핏 회장의 투자 전문 회사 벅셔해서웨이는 미국의 대형 건설 업체 세 곳에 1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부동산 경기 회복을 자신했다.
셰브런 주식은 팔고,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주식은 추가 매입하는 등 에너지 부문에선 가치주 판별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너럴모터스(GM) 주식 보유 규모는 절반으로 줄이며 내연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수했다.
주택건설업체 3곳 선별 투자
벅셔해서웨이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를 보면 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주택건설업체다. 이 회사는 DR호튼(596만9714주?7억2645만달러)과 NVR(1만1112주?7057만달러), 레나(15만2572주?1724만달러) 등을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편입됐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들 세 종목을 사들이는 데만 8억1000만달러(약 1조원)가 넘는 돈을 썼다.시장에선 ‘가치투자의 대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기적으로 주택 경기 반등을 점친 버핏 회장이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우수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했다는 분석이다. 포브스는 “고금리에 주택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이들 세 기업은 지속해서 이익을 내고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다”고 짚었다. DR호튼과 NVR, 레나 주식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모두 30%가량 상승했다. S&P500지수 수익률(12일 기준 16%)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고정금리가 약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7%대(30년 만기 기준)로 치솟자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대출 갈아타기에 부담을 느꼈고, 이로 인해 초래된 ‘매물 잠김’으로 신규 주택 건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신규 단독 주택 착공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주택 재고량에서 신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적으로 12% 수준이지만, 현재 최소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레나는 이번 회계연도 주택 공급량에 대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6만2000~6만6000채에서 6만8000~7만채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벅셔해서웨이가 부동산 중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주택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거란 평가다. 캐시 세이퍼트 CFRA 애널리스트는 “벅셔해서웨이는 주택 시장 동향에 밝다”며 “제한된 주택 공급으로 입은 타격을 헤지(상쇄)하는 매력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주 ‘옥석 가리기’
벅서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처음 매입한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을 254만9030주 더 사들이며 지분을 25% 늘렸다. 지분 상승 폭은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 내 모든 종목 중 가장 컸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주식을 1242만2073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24%까지 높였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 회사에 투자금을 더 넣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권 매수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비키 홀럽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최고경영자(CEO)를 “훌륭한 관리자”로 칭하며 기존 경영진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반면 또 다른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은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석유?가스 산업 전체에 등을 돌리지 않고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GM 주식 보유 규모를 절반가량 줄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가 임박한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도 70% 대폭 축소했다. MS의 인수 거래에 대한 주요국 경쟁 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길어지면서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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