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쿠팡의 영향력이 심상치 않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OTT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쿠팡이 유료회원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티빙을 제치고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에 올랐다. 지상파들이 뭉친 웨이브 뿐 아니라 국내 OTT 리딩 기업인 티빙까지 제치면서 쿠팡플레이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다.
통계분석 전문기업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5월 432만명대였던 MAU가 6월 들어 506만명대로 늘어나더니 7월에는 548만명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티빙은 5월 590만대에서 6월 625만명대로 올랐지만, 7월 547만명대로 떨어졌다. 티빙이 닐슨코리안클릭의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 현황에서 국내 OTT MAU 1위 자리를 내준 건 지난해 5월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라선 이후 처음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지난달 발표한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및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서도 쿠팡플레이의 성장이 눈길을 끌었다. 2021년에는 웨이브가 12.4%로 5위, 쿠팡플레이가 6.7%로 9위에 불과했다면, 지난해 기준 순위를 살펴보면 유튜브가 78.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넷플릭스 54.9%, 티빙 16.9%에 이어 쿠팡플레이가 14.0%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웨이브 11.8%, 디즈니플러스 8.9%보다 높은 점유율이다.
지난달 압도적인 성장 배경에도 스포츠가 꼽힌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7월부터 유럽 프로축구 명문 구단들을 초대한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주최했다. 이강인이 최근 입단한 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을 한국으로 초청해 K리그1 소속팀 또는 유럽 구단 간 맞대결을 선보였고, 경기 중계는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선보였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를 치렀던 지난 7월 30일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하루 이용자 수(DAU)가 115만명을 기록했다.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초청료가 30억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플레이의 이번 초청가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과 중계권, 광고를 팔아 각종 경비를 충당할 수는 있지만 쿠팡플레이는 독점 생중계로 브랜드 가치 강화에 나섰고, 대성공을 했다는 평가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꾸준히 선보였다. 쿠팡플레이 론칭 때부터 시작해 현재 시즌4까지 만들어진 'SNL코리아'를 비롯해 장근석 주연의 '미끼', 올해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수지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안나' 등의 작품이 그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열혈사제', '편의점 샛별이' 등을 연출한 이명우 감독이 연출하고 임시완, 이선빈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소년시대'가 공개될 예정이다.
쿠팡 측은 이들 콘텐츠 제작에도 아낌없는 제작비를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SNL코리아'의 경우 회당 제작비는 12억원, 한 시즌(10회) 제작비는 120억원으로 알려졌다. 예능을 뛰어넘어 드라마 제작비에 맞먹는다. 이를 통해 이병헌, 조정석, 정우성 등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던 거물급 스타들의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배우 김수현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에 출연할 당시 회당 5억원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어느 날'이 8부작임을 고려하면 김수현의 개런티로만 40억원이 지급된 것. 지난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출연하는 이정재의 회당 출연료가 10억원이라는 설이 불거졌지만, 이전까지 최고 출연료 기록이었다. 이는 한류스타로서 김수현의 위상과 연기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쿠팡은 연예 매니지먼트사 씨피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SNL코리아'를 통해 오랜 인연을 맺은 신동엽을 1호 연예인으로 영입했다. 신동엽과 17년과 함께한 매니저 출신 최종욱 씨피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가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씨피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제작까지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니지먼트-제작-플랫폼'까지 콘텐츠 밸류체인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것.
쿠팡 측은 씨피엔터테인먼트 출범 소식을 전하면서 "훌륭한 콘텐츠로 계속해서 고객에게 큰 감동을 전할 것"이라며 "글로벌 OTT의 독점이 우려되는 국내 시장에서 씨피엔터테인먼트는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 제공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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