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첫 수업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클린턴 전 장관이 주목받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 교수로 부임한 후 최초로 강단에 올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1월 컬럼비아대 교수진에 합류했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바람에 강의에 동석한 케렌 야르히밀로 교수는 "여기는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20분 만에 수업을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현재 미국 최고 인기 가수다.
클린턴 전 장관이 개설한 '상황실 안에서'라는 이름의 강의는 국내 여론이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효율적인 정책 수립 등에 관한 수업이다. 수강신청 기간에 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렸고, 대학원생과 학부생 370명이 최종 수강자로 선택됐다. 수강생들은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신원 확인 절차도 거쳤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정계를 떠나 교단에서 인기를 끄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날 CNN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와 1대1로 대결할 경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제외한 모두에게 패배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을 1%포인트 가량 앞섰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국 대사는 바이든과의 양자 대결에서 49%의 지지를 받아 바이든(43%)을 6%포인트나 앞섰다. 민주당 지지자 혹은 민주당 선호 유권자들도 67%가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경쟁 후보들의 지지율 역시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5~31일 18세 이상 성인 1503명을 대상(신뢰도 95%·오차범위 ±3.5%포인트)으로 실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내년 미국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그가 결국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온다. 앤드류 스타인 전 뉴욕 시의회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은 2024년에 인기 없는 조 바이든과 불안정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완벽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변호사 출신인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 빌 클린턴이 1980년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데 이어 1992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남편의 임기가 끝나고 뉴욕주 상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4년 간 국무장관을 맡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전국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음에도 선거인단 득표율에서 앞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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